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가 8일 진행된 가운데 삼성그룹 안팎은 하루종일 초긴장 상태에 휩싸였다.
불구속일 경우 향후 재판 결과가 확정될 때까지 그나마 한숨 돌릴 수 있게 되지만, 만에 하나 구속 영장이 발부될 경우에는 코로나19로 인한 대내외 악재가 산적해 있는 가운데 '리더십 부재'로 각종 사업 추진과 투자 등이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가 큰 탓이다.
중소협력업체 역시 삼성으로부터의 낙수효과를 통한 투자 확대와 실적 상승 등을 기대할 수 없게 된다.
8일 오전부터 이 부회장의 구속심사가 계속되는 동안 삼성의 정현호 미래전략TF 사장 등 경영진들은 서울 서초사옥과 수원본사 등 각자 사무실에서 대기하며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렸다. 또 그룹 차원에서 이 부회장 구속시 대응책 등에 대해서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평사원들도 익명 게시판을 통해 이 부회장 구속 여부와 향후 회사 경영에 관해 토론을 하는 등 큰 관심을 드러냈다.
한 삼성 관계자는 "하루 종일 분위기가 뒤숭숭했다"며 "직원들마다 삼삼오오 모여 구속 여부에 대해 갑론을박을 벌였는데, 그렇잖아도 코로나19 사태로 전세계 기업들이 타격을 받고 있는 상황속에서 회사의 미래가 안갯속에 놓일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컸다"고 전했다.
검찰은 이 부회장에게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시세조종,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 등을 적용했지만, 삼성 측은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사흘 연속 입장문과 호소문을 내며 의혹을 적극 방어했다. 양측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사안이다보니 수사기록만도 20만쪽으로 방대하다.
이 부회장은 2017년 2월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돼 1년간 수감생활을 하다 2018년 2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됐다. 이 부회장이 이번에 또 구속되면 삼성은 2년 4개월 만에 총수 공백 상태를 맞이하게 된다.
이 부회장이 기소가 타당한지 다퉈보겠다며 소집을 신청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 개최 여부는 오는 11일 결정된다. 서울중앙지검은 11일 부의심의위원회를 열고 이 부회장 안건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8일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의 구속 여부가 삼성 관련주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증권관계자들은 "영향이 있다 하더라도 미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최근 상승 행진을 이어가던 삼성 관련주는 8일 상승과 하락이 엇갈렸다. 삼성전자 1.08%, 삼성전기는 1.14%, 삼성에스디에스 0.81%, 삼성바이오로직스 0.15% 하락했지만 삼성물산 1.34%, 삼성SDI 1.08% 상승하며 혼조세를 보였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 부회장 관련) 이슈가 장기화하면 중장기적인 투자 계획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겠지만, 단기적으로는 전문경영인 체제 중심으로 실적에는 크게 변화가 없을 것이기 때문에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 일 듯하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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