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을 경영한지 50년이 넘었지만 국가에서 받은 것은 A4용지 크기 사업자등록증이 고작입니다. 그것도 케이스조차 없이 종이 한 장만 달랑 주니 무슨 자긍심을 느낄 수 있겠습니까?"
선친으로부터 가업을 물려받아 50년째 구미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A씨는 출근할 때마다 사무실 벽에 걸린 빛바랜 사업자등록증을 보며 소명의식, 책임감, 의무감 등 마음을 다잡아보지만 자긍심을 느끼지 못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는 "유턴기업을 우대하는 리쇼어링 정책, 신규 투자 우대 등도 중요하지만 장수·향토기업을 위한 진심과 애정이 담긴 정책이 필요하다. 창사 10년을 주기로 사업자등록증을 담을 케이스라도 국가가 하나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고 푸념했다.
창업 35년된 구미산단 내 중소기업의 B사장도 "가업 승계 뒤 2세 경영인 자리를 어렵게 이어가고 있는데 경기침체에다 지원과 관심 부족으로 요즘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지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상속·증여세 등도 개선되지 않아 3세 가업 승계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산토끼에 대한 욕심보다 집토끼부터 붙잡아두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창업 30년 이상된 장수·향토기업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너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오랜 세월 국가 및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해온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과 예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구미의 경우 30년 이상된 장수기업이 40여 곳에 이른다.
하지만 이들 기업에 대한 지원과 관심은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창업 20년이 넘고 상시 고용인원 30인 이상인 제조업체에 대해 재산세 50%를 경감해주는 '향토기업 시세 감면 조례', 자금 지원 우대 등 형식적인 정책만 있을 뿐이다.
구미지역 경제 전문가들은 "리쇼어링 정책 이전에 장수·향토기업들이 기업 연속성을 유지하고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정부가 관심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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