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는 흐르는 강물처럼 지역, 계층과 공유하며 또 다른 세계로 전파된다. 한국과 먼 인도 간에도 문화의 전파와 교류가 있었을까? 인도 현지 여행 가이드인 구루 반디 씨에게 인도에서 한국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여행을 하려면 인도의 어느 지역을 방문해야 하는지 질문을 던진다. 그는 주저 없이 "남인도 타미르 지역에 가면 고대 한국과 교류한 흔적이 많이 발견된다"며 한국과 인도 두 국가의 역사 연구팀들이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남인도 타미르 지역이 어떤 곳인지 궁금했다. 구루 반디 씨는 "남인도 타밀주 마라 발리 뿌람에 아름다운 해변 사원이 있으며, 경치가 빼어나게 아름다운 곳이라 많은 휴양객들이 찾는다"고 말했다.
필자는 그곳에 가면 한국 문화와 관련된 어떤 흔적이 있는지 그에게 물으니 "그 지역 전담 관광 가이드가 한국에서 온 관광객을 만나면 반드시 틀어주는 카세트 테이프가 있다. 그 테이프의 곡을 들으면 한국 관광객들은 하나같이 환호를 지른다"고 전했다. 그는 "제가 지금 그 테이프를 갖고 있지 않아 바로 틀어드릴 수는 없지만 대충 흉내는 낼 수 있다면 한번 들어보란다. Hari Ram, Sri Ram. Hari Ram Sri Ram."
그가 읊조리는 곡은 영락없이 우리나라에서 불려지는 아리랑 곡조였다. 양 국가 간 언어의 차이가 있지만 한민족의 한이 묻어나는 아리랑의 구슬픈 곡조는 듣기만 해도 코끝이 찡해왔다. 그 노래 가사의 뜻을 풀이해 달라는 요구에 "Ram"은 인도 민족이 섬기는 힌두교 신이란다. 그 가사 내용은 풀이할 필요도 없이 우리나라 정선아리랑처럼 삶의 구슬픈 애환을 노래한 것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구루 반디 씨가 얘기해 준 또 하나의 한국 문화 흔적은 오줌싸개 어린이들을 길들이기 위해 키를 덮어씌워 이웃집에 소금을 꾸러 가게 하던 우리의 옛날 풍습이 이곳 인도 타밀 지역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는 것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인도 타밀어와 한국어 유사성에 대해'라는 한국의 네이버 블로그에는 두 언어 간 유사 언어를 비교 분석한 자료를 수백 개 올려두고 있다고 알려주었다. 예를 들어 "엄마, 아빠, 소금, 너, 나, 풀, 벼, 코끼리, 사자, 노루 등 생활 필수 어휘가 대부분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들 공통 언어들이 인도에서 한국으로 전파되었는지, 한반도에서 인도로 전파되었는지 궁금했다. 그는 "인도에서 한반도로 전파되어 왔을 확률이 높다"고 주장했다. 인도는 일찍이 아라비아 상인들이 개척한 해로를 따라 이웃 나라와의 교류를 활발히 해왔으며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한 사람인 토마가 중동에서 멀고도 먼 이곳 인도에까지 와서 선교하게 된 계기도 아라비아 상인들의 상선을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란다. 2천 년 전 동양 문명의 변방이었던 한반도에서 인도나 중동으로 진출한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었을 것이다. 2천 년 전 한국은 역사의 여명기에서 미처 깨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고대 문명의 전파는 대부분 발상지에서 변방으로 지극히 느리게 이루어지며 동양 문명의 발상지인 중국과 인도에서 변방인 한반도 끝까지 전파되는 데는 천 년 이상이 걸렸을 것이다. 고대 금관가야 시조인 김수로왕의 왕비가 된 허황옥 공주는 인도의 수많은 왕국 중 하나인 아유타 왕국 출신 공주였다. 꿈의 계시대로 오빠 장유화상과 함께 배를 타고 김해 장유에 도착했고, 그 자리에 파고다(돌탑 보르네오 돌)를 세워 지금도 전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진시황제가 천하를 통일하여 대제국을 건설할 당시 이보다 더 늦게 건국한 신라의 건국설화에서는 나정이라는 우물 옆 알에서 태어난 사내아이인 박혁거세를 언급하고 있다. 그만큼 문명 발상지와 변방과는 상당한 시차가 있다는 전제로 역사를 해석해야 한다. 신라 역사에 등장하는 석탈해나 처용의 경우도 그런 맥락에서 해석해야 될 것 같다. 현재 문명 간 우열의 색안경을 끼고 과거를 해석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피안문화(彼岸文化)에 대한 앎이 차안문화(此岸文化)에 대한 이해 폭을 넓혀 줄 수 있으므로 기회가 닿는다면 인도 타밀 지역에서 한국 유사 문화를 정밀 탐색할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보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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