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대구시의회 전반기 의장직을 마감하는 배지숙 시의회 의장(달서6)은 재임 기간 중 지난 2월 26일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정부로부터 마스크 100만 장이 도착한 날이다.
당시 대구는 코로나19 사태 확산으로 인해 하루에도 신규 확진자가 수백 명씩 발생할 때다. 보다 못해 하루 전날인 25일, 문재인 대통령이 지역을 찾아 범정부 차원의 대책 회의까지 진행했다.
대통령을 만난 배 의장은 지역의 마스크 수급에 대해 역설했고,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긴급 지원을 촉구했다. '그러겠노라'는 대통령 발언을 고리로 다음날 마스크 100만장 수급이 확정됐다.
당장 26일 오전 마스크 100만장이 군용 트럭에 실려 대구로 향했다. 배 의장을 비롯한 대구시 관계자는 수령 장소인 수성구 대구스타디움에서 오전부터 기다렸다. 날씨가 추워 코트로 동여맸으나 체온은 금방 떨어졌다. 하지만 정오쯤 도착 예정이던 '마스크 트럭'은 훨씬 지난 시간에도 스타디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스타디움의 적막은 해질녘까지 이어졌다고 배 의장은 회상했다.
동상에 대한 우려까지 생길 저녁쯤 드디어 트럭 불빛이 보였다. '오는 도중 트럭 운전자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교체하느라 늦었다'는 게 늑장 도착의 원인이었다. 차가운 입김으로 손을 녹이며 트럭에서 마스크를 확인한 배 의장은 자리에 함께 참석한 이의경 식약처장과 얼싸안고 한동안 눈물을 훔쳤다고 했다.
배 의장은 당시를 기억하며 "이날을 계기로 이후 모두 1천만장의 마스크가 대구로 들어왔다. 그날부터 최소한 확진자 증가세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돼 한시름 놓았다. 하지만 100만장이 들어온 첫날의 조바심만 생각하면 아직도 심장이 뛴다"고 했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를 통해 정계에 입문한 배 의장은 시작부터 '꽃길'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전까진 지역에서 스타 영어 강사로 활동하면서 교육 분야에 이름을 날리던 인사였다. 돈도 벌고, 명예도 있었으나 '내 가족만 잘살면 될까'란 생각이 들었다. 지역의 모든 청소년들이 내 아들과 같이 안정적인 규범 속에서 성장하려면 지역 정치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을 고쳤다. 이에 2006년 시의원 도전에 실패한 뒤 각종 사회봉사 활동을 통해 정치인의 면모를 다듬으면서 4년 후 시의원 도전에 성공했다. 그가 공천받은 달서 6선거구는 전국에서 광역·기초를 통틀어 가장 늦게 확정된 지역이다. 그만큼 우여곡절이 있었던 곳이다.
의장 임기를 마친 뒤 계획에 대해서는 "6월 정례 회기를 마무리해야 한다"고 답했다. "코로나 방역 대책은 물론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회기는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사안의 중대성을 볼 때 개인의 일정보다는 우선 중요한 공무를 마무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후반기 의장의 덕목에 대해서는 선거의 공정성을 위해 극도로 말을 아꼈다. 다만 "현재 시의회 구성은 여야는 물론 무소속 인사까지 포함돼 있다. 당론이나 정치 이념에 편향되지 않고 시민의 편에서 정책에만 관심을 갖게 하는 포용성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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