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 위해 99%가 말살된 등교개학" 대구 현직교사 靑청원

대구 현직 중학교 교사가 전한 등교개학의 현실
9일 청와대 국민청원 "등교개학 학습효과보다 괴로움 부작용이 더 커"

A씨가 지난 9일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 청와대 국민청원 캡쳐.
A씨가 지난 9일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 청와대 국민청원 캡쳐.

대구의 현직 중등교사 A 씨가 '등교 개학을 2학기부터는 전면 검토해 달라'는 취지의 국민청원을 올려 눈길을 끌고 있다. 교사이자 학부모라고 밝힌 그는 지난 9일 '1%를 얻기 위해 99%가 말살된 등교개학, 경제를 위해서 이렇게 강행해야 합니까? (한 주간 학교 현실입니다.)'라는 제목의 게시글을 올리고 2학기 전면 온라인 수업 검토를 촉구했다.

A 씨는 현재 수업은 협동과 창의성을 발현할 수 없는 '입 닫고 듣는 식'의 비효율적인 수업 형태라고 비판했다. 모둠학습 폐지, 학생들의 대답 유도 자제, 교사·학생 간 물리적 거리두기 등 정상적인 수업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

그는 "아이들이 학교 생활 내내 입을 닫고 있다. 35℃ 이상의 기온에 문 열린 교실 안에서 맛 없는 간편식을 먹을 때도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며 "선생님 말을 들어야 안전하다고 생각하는지 지시를 잘 따르는 것이 기특하기는 하지만 학생들의 자유와 편안함마저 빼앗은 상태에서 도대체 왜 이런 무리한 개학을 강행 하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5,6학년과 중학교 1학년이 등교수업을 시작하면서 4차례에 걸친 순차적 등교가 마무리 되는 지난 8일 오전 대구 중구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부설초등학교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초등학교 5,6학년과 중학교 1학년이 등교수업을 시작하면서 4차례에 걸친 순차적 등교가 마무리 되는 지난 8일 오전 대구 중구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부설초등학교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A 씨에 따르면 하루종일 마스크를 착용하고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정신혼미, 졸음 등을 호소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대구지역은 '무증상 감염' 공포도 큰 편이다. A씨는 "학생과 같이 생활하는 교사들은 본인이 무증상 감염자일 수 있다는 일말의 걱정에 한시도 마스크를 벗지 못한 채 극도로 조심스레 아이들을 대한다"고 하소연 했다.

학교는 코로나19 관련 가정 통신문과 공지를 쏟아내고 있지만 학부모의 민원은 빗발치고 있다. 어떠한 형태의 생활이 이루어지는지 교사나 교육부의 의도를 정확히 다 알 수 없는 부모들이 아이를 학교에 보내면서도 걱정이 앞서는 것.

A씨는 "왜 이렇게 숙제가 많으냐, 왜 이렇게 숙제가 적으냐, 왜 소독제를 앞에만 두고 쓰느냐, 왜 우리 애는 침 많이 튀는 앞 좌석이냐, 비말 감염의 위험이 높은 프린트는 왜 이렇게 많이 주느냐 등 민원도 가지각색이다"며 "부모님들의 민원이 공감될 수 밖에 없다. 나 역시 자녀들이 어떤 하루를 보내는지 눈으로 보지 못하니 하루하루가 좌불안석이다"고 말했다.

그는 등교개학을 통한 학습의 효과보다 괴로움과 부작용이 더 크다. 1학기는 학생·부모·교사 모두의 인내와 희생으로 진행했다고 해도 2학기는 어떻게 할 것인지 정부에서 혜안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한편, 지난 8일 전국 초등학교 5∼6학년과 중학교 1학년 약 135만 명이 4차 등교를 하면서 코로나 19로 미뤄졌던 초·중·고·유치원생의 등교 개학이 완료됐다. 지난달 20일 고등학교 3학년을 시작으로 시작된 순차 등교 개학은 4차에 걸쳐 끝마친 것. 그러나 등교 개학 이후에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지역 감염이 끊이지 않자 교육부 방침이 계속해서 변경되기도 했다. 현재 교육부는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큰 수도권 유·초·중학교의 등교 인원을 전체 학생의 3분의 1로 제한했다. 고등학교는 3분의 2를 넘지 않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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