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국서 퇴출되는 인종차별 상징들…남부연합이 대표 타깃

미 육군, 남부연합 장군 이름딴 기지명 변경 시사…해병대는 깃발 사용 금지
리 장군 기마상은 철거 방침…남부연합기 들어간 미시시피도 깃발 변경 추진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 주도 리치먼드에 있는 남군 사령관 로버트 리 장군의 동상 기단부에 백인 경찰의 가혹행위로 숨진 조지 플로이드의 얼굴이 투영돼 있다. 플로이드 사망 사건이 발생한 이후 리 장군의 동상은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대의 공격 대상이 됐으며 최근 랠프 노섬 버지니아 주지사는 철거를 지시했다. 연합뉴스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 주도 리치먼드에 있는 남군 사령관 로버트 리 장군의 동상 기단부에 백인 경찰의 가혹행위로 숨진 조지 플로이드의 얼굴이 투영돼 있다. 플로이드 사망 사건이 발생한 이후 리 장군의 동상은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대의 공격 대상이 됐으며 최근 랠프 노섬 버지니아 주지사는 철거를 지시했다. 연합뉴스

미국의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확산하면서 지금까지 남부연합을 기리며 남아있던 상징물들이 잇따라 퇴출될 처지에 몰렸다.

남부연합은 1861년 노예제를 고수하며 합중국을 탈퇴한 미국 남부지역 11개 주가 결성한 국가로, 백인 우월주의와 인종차별의 상징으로 역사에 남아있다. 남부연합의 상징적 인물로 남북전쟁 시절 남부군 사령관이었던 로버트 리 장군의 기마상이 우선적으로 퇴출 대상으로 거론된다.

수도 워싱턴DC와 붙어있는 버지니아주의 주도 리치먼드의 모뉴먼트 거리에 있는 리 장군의 기마상은 4m가 넘는 크기로 기마상을 받치는 단의 높이도 15m나 된다. 1890년 5월 이 자리에 세워져 130년간 리치먼드의 역사를 낱낱이 지켜봤다.

인종차별의 선봉처럼 인식돼왔던 리 장군이 1870년 사망한 뒤 제작에만 20년이 걸렸는데 프랑스에서 제작돼 바다를 건너온 기마상이 설치될 때 1만명의 시민이 나와 환호했다고 한다. 그러나 리 장군의 동상 받침대는 지금은 온통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페인트 구호로 뒤덮여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이에 민주당 소속인 랠프 노덤 버지니아 주지사는 지난 4일(현지시간) 리 장군의 동상을 철거하고 창고에 넣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곧바로 한 주민이 철거반대 소송을 내 소송 결과에 따라 철거 여부가 결정된다.

리 장군은 버지니아주 백인들이 꼽는 대표적 버지니아 태생 인사로 백인들의 추앙을 받고 있다. 미 의회의사당에 동상을 세우려고 주마다 지역 태생 대표 인물 2명을 뽑을 때도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과 리 장군이 선정됐을 정도다. 워싱턴 포스트는 "버지니아의 많은 백인에게 리 장군은 조지 워싱턴과 토머스 제퍼슨, (헌법의 아버지) 제임스 매디슨 급"이라고 전했다.

이에 앞서 리치먼드에서는 지난 주말 시위대가 1891년부터 있었던 남부연합군 장군 윌리엄스 카터 위컴의 동상을 쓰러뜨리기도 했다.

리 장군을 비롯, 존 벨 후드, A.P. 힐, 브랙스톤 브랙 등 남부연합에서 활약한 장군들의 이름을 딴 미 육군 기지들도 일단 이름을 바꾸게 생겼다. 9일(현지시간) CNN방송과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과 라이언 매카시 육군장관이 이런 기지들의 명칭 변경을 위한 논의에 열려있다고 밝혔다.

앞서 미 해병대는 지난 5일 남부연합기(旗)의 사용을 공식 금지했다. 의복이나 컵, 자동차에 붙이는 스티커 등에 남부연합기 문양을 부착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플로리다주 잭슨빌시에서는 시의 허밍공원에 있던 남부연합 군인 동상을 철거했다. 미시시피주에서는 의회를 중심으로 남부연합기 문양이 포함돼있는 주 깃발을 바꾸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미시시피주는 남부연합에 동참했던 주다.

공화당 소속인 레니 커리 잭슨빌 시장은 남부연합에 관련된 다른 기념물들도 철거하겠다면서 "남부연합 기념비는 사라졌다. 다른 것들도 사라질 것이다. 우리는 여러분의 목소리를 듣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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