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간 갈등 격화 상황에서 "한국이 이제 선택을 강요받는 국가가 아니라 선택할 수 있는 국가라는 자부심을 갖는다"는 이수혁 주미대사 발언에 대해 이 대사의 카운터파트 격인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반박에 나서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스틸웰 차관보는 9일(현지시간) 이 대사의 발언과 관련, "민주주의를 선택한다면 옳은 선택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스틸웰 차관보는 이날 싱크탱크 퍼시픽 포럼이 주관한 '전략적 경쟁 시대의 비판적 사고' 화상 세미나에서 '이 대사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한국이 초대받은 것을 들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할 수 있는 지점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한국이 어떠한 분야에서 미국 대신 중국을 선택할 것으로 예상하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나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해야 할지에 대한 논의를 좋아하지 않는다"며 이같이 답변했다.
스틸웰 차관보의 이날 언급은 "한국은 수십 년 전 권위주의를 버리고 민주주의를 받아들였을 때 이미 어느 편에 설지 선택했다"며 최근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가 밝힌 입장의 연장 선상으로 보인다.
한국이 이미 1980년대에 동맹이자 민주주의 국가인 미국을 선택했다는 점과 미·중 간 선택에 대한 논의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을 못 박음으로써 이 대사의 발언에 대해 이례적이지만 직접적인 '외교적 표현'을 통해 반박한 것으로 보인다.
스틸웰 차관보의 이날 발언은 미·중 간 갈등에서 한국이 권위주의 정권인 중국 대신 동맹이자 민주주의 국가인 미국을 선택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논리를 내세워 '미국 편에 서라'는 사실상 노골적 압박을 가한 차원으로도 풀이된다. 이에 더해 최근 북한이 남북간 연락채널을 끊는 등 남북관계 단절까지 언급하며 한반도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한미간 긴밀한 대북 공조도 요구되고 있다.
주미 한국대사관 측은 이날 이 대사의 발언 논란이 확산하자 페이스북에 "준비된 원고였다"며 즉흥 발언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오해가 없게 하겠다는 취지에서 전후 맥락 발언을 함께 올렸다. 김지석 선임기자·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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