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오정일의 새론새평] 절대적으로 좋은 정책(政策)은 없다

오정일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오정일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오정일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5월 20일 등교 개학이 시작되어 6월 8일 중학교 1학년과 초등학교 5·6학년이 등교하면서 끝났다. 고등학교 3학년, 유치원, 초등학교 저학년을 제외한 학년은 등교를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여전히 위험하다는 것이다. 등교를 계속해야 하는가? 연기해야 하는가? 얼마 전 스쿨존에서 2세 어린이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이른바 '민식이법'이 적용되는 첫 사건이다. 법원은 운전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경찰은 다시 영장을 청구하지 않는다고 한다. 운전자의 과실이 있었거나 속도가 30㎞ 이상이었다면 무기징역 또는 징역 3년 이상의 처벌을 받는다. 이 법은 과도한가? 적절한가?

18세기 영국인 맨더빌(Mandeville)의 말을 패러디하면, 누구에게도 해(害)될 것이 없을 만큼 완벽하게 좋은 정책도, 어디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만큼 완벽하게 나쁜 정책도 없다. 어떤 정책이 좋거나 나쁘다는 것은 다른 정책과 비교하여 그렇다는 것이다. 정부는 특정 정책으로 인해 발생하는 좋은 점과 나쁜 점을 파악해서 크기를 비교해야 한다. 이를 어려운(?) 말로 비용편익분석(費用便益分析)이라고 한다. 비용편익분석 결과, 좋은 점이 더 크면 그 정책을 시행하고 나쁜 점이 더 크면 시행하지 않는다. 이보다 더 단순하고 합리적인 기준은 없다. 비용편익분석을 바탕으로 정책을 결정하면 정부는 극단적인 주장에 휘둘리지 않고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 특정 정책의 비용과 편익이 모두 고려되기 때문이다.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예로 들어보자. 향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13%에서 40%로 높일 경우 발전 단가가 오르므로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 전기요금 인상은 보다 안전하게 전기를 생산하는 데 따르는 비용이다. 시민들에게 "재생에너지를 통해 전기를 생산하면 더 안전합니다. 당신은 재생에너지 발전에 찬성합니까?"라고 질문하면 대다수가 "예"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나 "재생에너지를 통해 전기를 생산하면 더 안전합니다. 이에 따라 전기요금이 인상될 수 있습니다"라고 하면 시민들의 대답이 달라질 것이다. 재생에너지 발전의 편익 외에 비용에 관한 정보를 시민들에게 제공하고 찬반 여부를 물어야 한다. 이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혹자(或者)는 이러한 질문을 할 것이다. "특정 정책의 비용과 편익을 측정하는 것이 가능한가?" 최근 미국 와이오밍 주립대학교의 한 경제학자가 사회적 거리두기의 비용과 편익을 계산했다. 이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두기의 비용은 경제활동 위축으로 인한 국내총생산 감소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없었다면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국내총생산이 6조5천억달러 감소할 것이었으나,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함에 따라 국내총생산이 13조7천억달러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었다. 따라서 사회적 거리두기의 비용은 7조2천억달러라고 할 수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편익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률이 50% 감소해서 120만 명의 생명을 구한 것으로 가정하였다. 통계학적인 생명의 가치는 1천만달러이므로 사회적 거리두기의 편익은 12조달러이다. 이 연구에 의하면 사회적 거리두기의 편익이 비용보다 4조8천억달러 많다.

특정 정책의 비용과 편익의 크기가 중요하지만 그러한 정보를 시민들에게 제공하고 정책 결정 시 반영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특정 정책의 편익이 비용보다 크더라도 정부가 시행하지 않을 수 있다. 시민들이 거부할 수도 있다. 그것은 정치의 영역이다. 비용편익분석의 결과물은 정치적인 의사결정에 투입되는 중요한 요소이다. 등교 개학이나 '민식이법'을 시행하기 전에 이들에 대한 비용편익분석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없었다면 지금이라도 비용편익분석을 할 것을 제안한다. 분석 결과, 등교 개학이나 '민식이법'의 비용이 편익보다 크면 반드시 철회해야 하는가? 그렇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행해야 하는 이유를 시민들에게 제시하고 설득하면 된다.

비용편익분석은 완전하지 않다. 하지만 그것이 감(感)에 의한 정책 결정, 불필요한 정치적 논쟁, 조잡한 음모론을 방지하는 현실적인 수단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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