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확산하면서 지금까지 남부연합을 기리며 남아있던 로버트 리 장군의 동상 등 상징물들과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이 잇따라 퇴출되거나 청산 대상에 올랐다.
남부연합은 1861년 노예제를 고수하며 합중국을 탈퇴한 미국 남부지역 11개 주가 결성한 국가로, 백인 우월주의와 인종차별의 상징으로 역사에 남아있다. 남부연합의 상징적 인물로 남북전쟁 시절 남부군 사령관이었던 로버트 리 장군의 기마상이 우선적으로 퇴출 대상으로 거론된다.
수도 워싱턴DC와 붙어있는 버지니아주의 주도 리치먼드의 모뉴먼트 거리에 있는 리 장군의 기마상은 4m가 넘는 크기로 기마상을 받치는 단의 높이도 15m나 된다. 1890년 5월 이 자리에 세워져 130년간 리치먼드의 역사를 낱낱이 지켜봤다.
인종차별의 선봉처럼 인식돼왔던 리 장군이 1870년 사망한 뒤 제작에만 20년이 걸렸는데 프랑스에서 제작돼 바다를 건너온 기마상이 설치될 때 1만명의 시민이 나와 환호했다고 한다. 그러나 리 장군의 동상 받침대는 지금은 온통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페인트 구호로 뒤덮여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이에 민주당 소속인 랠프 노덤 버지니아 주지사는 지난 4일(현지시간) 리 장군의 동상을 철거하고 창고에 넣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곧바로 한 주민이 철거반대 소송을 내 소송 결과에 따라 철거 여부가 결정된다. 워싱턴 포스트는 "버지니아의 많은 백인에게 리 장군은 조지 워싱턴과 토머스 제퍼슨, (헌법의 아버지) 제임스 매디슨 급"이라고 전했다.
이에 앞서 리치먼드에서는 지난 주말 시위대가 1891년부터 있었던 남부연합군 장군 윌리엄스 카터 위컴의 동상을 쓰러뜨리기도 했다. 리 장군을 비롯, 존 벨 후드, A.P. 힐, 브랙스톤 브랙 등 남부연합에서 활약한 장군들의 이름을 딴 미 육군 기지들도 국방부가 명칭 변경을 위한 논의에 들어갔다.
앞서 미 해병대는 지난 5일 남부연합기(旗)의 사용을 공식 금지했다. 의복이나 컵, 자동차에 붙이는 스티커 등에 남부연합기 문양을 부착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플로리다주 잭슨빌시에서는 시의 허밍공원에 있던 남부연합 군인 동상을 철거했다. 미시시피주에서는 의회를 중심으로 남부연합기 문양이 포함돼있는 주 깃발을 바꾸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또 AFP통신에 따르면 미 스트리밍서비스 HBO 맥스는 9일(현지시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보유 콘텐츠 목록에서 삭제했다. 1939년 개봉한 이 영화는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8개 부문을 휩쓴 명작으로 평가받지만, 흑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고착화하고 백인 노예주를 영웅적으로 묘사해 인종차별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HBO 맥스 측은 성명을 통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그 시대의 산물이며 불행히도 당시 미국 사회에 흔했던 윤리적, 인종적 편견 일부가 묘사돼있다"며 이번 조치의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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