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부터 시행되는 '비닐·투명 페트(PET) 분리배출제'를 앞두고 식음료업계가 친환경 용기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페트병 비닐 라벨을 떼기 쉽게 하거나 떼지 않고도 재활용할 수 있도록 바꾸는가 하면, 아예 라벨을 없애는 업체도 있다.
변화의 바람은 앞서 환경부가 '재활용가능자원의 분리수거 등에 관한 지침'을 개정해 7월 전국 아파트를 시작으로 내년 1월에는 단독주택에 분리배출제를 적용하겠다고 밝히면서 시작됐다.
코로나19 이후 배달주문 증가로 폐플라스틱 등 쓰레기 발생량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분리배출제 도입이 저조했던 페트 재활용률을 높일 열쇠가 될지 주목된다.
◆국내 페트병 10%만 재활용…올바른 배출 방법은?
페트병은 깨끗하게만 배출된다면 재생섬유 등의 원료로 활용되는 등 재활용 가치가 높다. 재활용이 가능한 페트병은 무색에 비닐 등 이물이 없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재활용 폐기물을 배출할 때는 유·무색 구분이 없고 라벨지를 제거하고 버리는 경우도 드물어 국내 폐페트병 재활용률은 10%로 낮은 편이다. 때문에 고품질 원료로 사용하는 페트는 대부분 일본에서 수입하는 실정이다.
재활용률이 저조한 가운데 코로나19 이후 페트 배출은 크게 늘었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 주요 재활용업체 8곳에 보관된 페트 재고는 지난 4월 첫째 주 9천853t에서 그달 넷째 주 1만4천466t으로 47% 급증했다.
투명 페트병을 올바르게 배출하는 것만으로 폐플라스틱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되지만, 현재는 비닐, 병, 종이류 등 종류를 가리지 않고 재활용품이 함께 배출되는 탓에 재활용업체는 고된 투명 페트병 선별 작업을 거쳐야 하고 이런 방식은 재활용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분리배출제 이후 올바른 비닐·페트 배출법은 다음과 같다. 음료·생수용 무색·투명 페트병은 내용물을 비우고 물로 헹궈 이물질을 제거한 뒤 라벨을 떼고 눌러 붙여 따로 투명·반투명 봉투에 담아 내놓으면 된다. 비닐은 색과 종류에 관계없이 이물질을 제거해 마찬가지로 투명·반투명 봉투에 넣어 버려야 한다.
전문가들은 분리배출제가 정착되면 소각·매립되는 쓰레기가 줄고 고품질 재활용률이 높아져 국내 폐페트병으로 수입 페트병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시민의 적극적인 분리배출 동참을 당부했다.
◆이지 필·에코·무 라벨…식음료업계 변화 잰걸음
식음료업계는 분리배출제에 발맞춰 수요가 많은 생수병을 중심으로 재활용이 쉽도록 변화를 주고 있다.
풀무원샘물은 '풀무원샘물 바이 네이처' 용기에 분리가 쉬운 '이지 필'(Easy peel) 라벨을 적용했다고 최근 밝혔다. 이지 필 라벨은 상단에 접착제를 바르지 않아 '여기를 뜯으세요'라는 부분을 잡고 쉽게 비닐을 제거할 수 있다. 풀무원샘물은 500㎖, 2ℓ 제품에 이지 필 라벨을 우선 적용하고 330㎖, 1.5ℓ 제품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롯데칠성음료는 아예 라벨을 없앤 '무(無) 라벨' 제품을 선보였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1월 '아이시스8.0 에코(ECO)' 1.5ℓ를 출시하며 제품명을 페트병에 음각으로 새겨 넣는 파격을 선보였다. 이달부터는 500㎖, 2ℓ 제품에도 무 라벨을 적용했다.
롯데칠성음료는 또 소재기업 SKC와 협업해 재활용이 되는 라벨인 '에코 라벨'을 적용한 음료를 출시했다. 에코 라벨이란 특수 잉크를 사용해 소비자가 따로 라벨을 제거하지 않아도 재활용 과정에서 라벨 인쇄층이 완전히 분리되는 친환경 제품이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4월부터 지금까지 트레비 레몬, 델몬트 주스, 옥수수수염 차, 밀키스, 초가을우엉차, 칸타타 콘트라베이스 등 총 6개 페트병에 에코 라벨을 적용했고 향후 전 음료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농심 백산수는 손쉽게 라벨을 제거할 수 있는 '이지 오픈'(Easy open) 라벨을 2ℓ, 1ℓ, 500㎖, 330㎖ 등에 적용했다. 장수 생막걸리를 제조하는 서울장수㈜는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수십 년간 유지했던 상징적인 초록색 페트병을 무색으로 교체했다.
대형 유통사도 친환경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그룹은 지난 5일 환경의 날을 맞아 전 계열사에서 '#1일1그린' 캠페인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해당 캠페인은 최근 SNS에서 유행처럼 번진 '#1일 1○○' 활동에서 따 왔다. 캠페인은 '페트병 버릴 땐 라벨을 떼고 비틀어 버리기' 등을 우선 과제로 선정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5~7일 3일간 플라스틱 용기 등을 수거해 재활용하는 '플레이 그린 프렌즈' 캠페인에 7천200여 명이 참여했다고 최근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진행한 친환경 캠페인 참여 고객(5천100명)과 비교해 40%가량 늘어난 것이다.
양명성 현대백화점 문화콘텐츠팀장은 "코로나19 장기화에도 캠페인에 예상보다 많은 고객이 참여할 만큼 친환경에 관한 관심이 높은 상황"이라며 "앞으로도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친환경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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