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도시재생 나선 포항, 집창촌 정비 수면 위로

포항역 인근 홍등가 60곳 영업…3년째 합의 없이 사업 제자리
市, 해당 지역 철거 계획 밝히자 성매매 업주·종사자 즉각 반발
토지보상·지원금 마련 어려움…수억 들인 개발 좌초될라 걱정

옛 포항역 부근에 있는 집창촌. 70년 가까이 이어져온 이곳은 구도심 재생사업에 꾸준한 걸림돌로 제기돼 왔다. 신동우기자
옛 포항역 부근에 있는 집창촌. 70년 가까이 이어져온 이곳은 구도심 재생사업에 꾸준한 걸림돌로 제기돼 왔다. 신동우기자

경북 포항시가 옛 중심가인 포항역 부지(북구 중앙동)에 대규모 주상복합단지 조성을 시작으로 구도심 활성화사업을 본격화하면서, 인근 집창촌(성매매업소)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오르고 있다.

1천억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한 개발계획을 발표하고도 인근에 밀집한 집창촌 문제 해결에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탓이다.

지난달 포항시와 한국철도공사는 민간사업자 모집 공고를 시작으로 옛 포항역 지구 복합개발사업을 착수한다고 밝혔다.

부지 2만7천700㎡에 1천가구 규모의 주상복합아파트와 시민들을 위한 공원, 주차장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지난 2017년 5월 민간제안 공모를 통해 처음 시작된 해당사업은 그해 11월 대규모 지진과 글로벌 경기침체 등 여러 악재가 겹치며 한차례 불발된 바 있다.

이후 해당 부지의 90%를 소유하고 있는 한국철도공사가 사업자 공모 및 선정을 시행하고, 기반시설 설치 및 인허가 관련 사항을 포항시가 추진하면서 이번에 재추진된다.

특히, 포항시는 주상복합단지 조성과 함께 1천415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침체된 구 도심지역의 도시재생 사업을 본격 추진하기로 했다.

과거 포항지역의 중심지였던 옛 포항역 부지에 대한 개발사업이 본격 추진된다. 사진은 신청사 이전으로 철거된 옛 포항역 터. 포항시 제공
과거 포항지역의 중심지였던 옛 포항역 부지에 대한 개발사업이 본격 추진된다. 사진은 신청사 이전으로 철거된 옛 포항역 터. 포항시 제공

그러나 이러한 개발 소식이 알려지면서 바로 인접해 있는 집창촌 문제에 대한 해결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개발구역(옛 포항역 광장)과 바로 맛닿아 있는 해당 집창촌은 과거 일제강점기부터 서서히 생겨나면서 현재 70년 가까이 명맥을 이어오는 곳이다.

한때 100개 업소가 육박했을 정도로 성행을 이루다 지난 2004년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다소 감소했다.

새날성매매피해상담소에 따르면 현재 약 60곳이 영업을 하고 있으며, 종사자 여성 수는 15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7년 첫 개발계획 발표 당시 포항시는 해당 지역을 함께 정비하기로 했으나 집창촌 관련자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히며 무산됐다.

이후에도 경찰 등 유관기관과 협력해 꾸준히 정비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결과는 내지 못하는 형편이다.

집창촌 업주들과 종사자들의 반발은 물론, 토지 보상 및 성매매 여성 지원금 등에 대한 예산 마련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포항시의회 건설도시위원회 소속 주해남 의원은 행정감사를 통해 "주상복합아파트가 들어선 후 고층에서 인근 집창촌이 바로 내려다보이는데 누가 기분좋게 입주하려 하겠느냐"면서 "집창촌으로 인한 우범지역 발생, 도시 이미지 하락 등이 해결되지 않는한 도시재생사업의 가시적인 효과를 나타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포항시 도시안전국 황병기 국장은 "당장 철거를 하려 해도 반발이 너무 거세고 하루아침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자연적으로 없어지게 유도하는 방식이 최선책"이라며 "경찰 등 유관기관과 협력해 성매매 예방활동을 이어가는 한편, 도시 개발을 통해 분위기가 밝아지면 서서히 단절효과가 나타나리라 본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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