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코로나 눈물' 웨딩업체 울리는 웨딩박람회

행사 열리면 필참 불문율…부스비·인건비 등 수백만원 들어
5월 말부터 5개 줄지어 개최…"매출 부진에도 못 빠져" 한숨

12일 오후 대구 중구 대봉웨딩문화거리에 설치된 조형물 앞에서 한 커플이 사진을 찍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12일 오후 대구 중구 대봉웨딩문화거리에 설치된 조형물 앞에서 한 커플이 사진을 찍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웨딩박람회가 웨딩업체들을 울리고 있다.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대구지역 웨딩업체들이 재정난에 허덕이는 상황임에도 수백만원씩 들여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웨딩박람회에 참여하고 있어서다.

대구 엑스코 관계자에 따르면 대구에서 열리는 주된 웨딩박람회에는 드레스, 한복, 예물, 여행사 등 평균 50개의 업체가 참가한다. 150~200개의 부스가 설치돼 고객몰이에 나선다. 웨딩박람회는 행사 주최자인 웨딩컨설팅 회사가 웨딩업체들의 사전 신청을 받은 뒤 진행한다. 하지만 웨딩업체 대부분이 웨딩박람회에 필참하는 게 불문율이라는 게 업계의 얘기다.

대구 중구 대봉동 웨딩거리에서 드레스 숍을 운영하는 A씨는 "웨딩컨설팅 회사가 지역 웨딩업체들을 소개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웨딩박람회에 가지 않으면 소개가 덜 들어오는 등 영업에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웨딩컨설팅 업체 눈치를 봐야하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문제는 박람회가 6월에 줄줄이 열리면서 코로나19로 매출에 타격을 입은 업체들이 웨딩박람회 참가에 상당한 돈을 부담해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웨딩거리에서 또 다른 드레스 숍을 운영하는 B씨는 "대관 장소에 따라 다르지만 한 부스당 적게는 60만~90만원, 많게는 100~180만원 정도 든다. 기본으로 부스 3개씩 신청하는데 인건비까지 더하면 박람회에 한 번 참여하는데 최소 400만원이 든다"며 "코로나 탓에 가게 매출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달에만 벌써 두 번의 박람회에 참가했다"고 하소연했다.

지난 5월 말부터 이달 초까지 진행된 박람회는 '웨딩박람회', '그랜드호텔 대구웨딩박람회' 등 5개에 이른다. 또 앞으로 '대구통큰웨딩박람회', '엑스코 인터불고 대구웨딩박람회' 등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박람회에 참가하긴 하지만 비용 대비 효과에 의문을 품는 업주들은 웨딩박람회를 미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코로나19로 박람회를 찾는 손님이 절반으로 줄었고 오는 손님들도 상담만 받고 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웨딩박람회를 주최하는 웨딩컨설팅 업체들은 행사 후 상담 고객이 조금씩 늘고 있는 만큼 효과가 있다고 반박한다. 중구 대봉동의 한 웨딩컨설팅 업체 관계자는 "웨딩박람회를 찾는 고객의 수는 절반으로 줄었지만 행사 후 상담 요청이 많이 들어오고 계약률도 높아지고 있다"며 "웨딩박람회는 다른 지역에서도 많이 진행되고 있어 앞으로 시장이 나아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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