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리는 한번도 트렌드의 중심에서 빗겨간 적이 없다. MBC '놀면 뭐하니'에서 혼성 댄스그룹 활동을 위해 소속사까지 갖춘 이효리는 역시 여전히 뜨겁다. 도대체 이효리의 무엇이 이런 지속적인 열광을 만드는 걸까.
◆돌아온 이효리, 이 솔직 당당함을 누가 이길까
이효리가 돌아왔다. 이번엔 MBC '놀면 뭐하니'의 혼성 그룹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서란다. 심지어 소속사까지 갖추고 '서울 나들이'를 했다는 이효리는 한껏 설레는 모습이 역력했다. 최근 '깡 신드롬'으로 세간의 모든 화제를 쓸어 담고 있는 비도, 또 유산슬에서부터 유르페우스 같은 다양한 부캐(부캐릭터)를 확장시켜 화제가 되고 있는 유재석 앞에서도 이효리의 당당함과 솔직함은 모두를 압도시키고도 남을 정도였다.
둘 다 결혼해 가정을 꾸린 두 사람이 미혼 시절 한 시상식 무대에서 함께 춤을 추는 공연 영상을 보면서, 다소 난감해 한 비가 의도적으로 그 때 "훨씬 친해질 수 있었는데 바빴다"고 선을 긋자, 이효리가 한 발 더 나가 "사귈 수도 있었어"라고 말하는 대목은 단적인 사례다.
이효리는 다소 난감할 수 있는 이야기나 상황에 오히려 더 당당하게 말함으로써 오히려 다른 사람을 더 당황하게 만들었다. 혼성 그룹을 하며 "꼬만춤은 포기 못한다"는 비의 이야기에 이효리가 "그럼 나도 해도 돼?"라고 되물어 비와 유재석을 당혹스럽게 만들기도 했다. 이효리는 세상사를 어느 정도 겪어본 성인으로서 숨기거나 부끄러워할 이유가 없다는 걸 드러냈다. 그러자 이상하게도 분위기는 한결 편안해졌다.
이효리의 솔직함은 유재석이라고 해도 봐주는 법이 없었다. 대부분의 다른 출연자들은 유재석을 유느님처럼 바라보며 조심스러워하지만, 이효리는 "이렇게 저렇게 다 생각을 해봐도 오빠가 (혼성그룹에) 왜 있어야 되는지 모르겠다"며 그의 포지션에 대해 지적했다. 그런데 그건 향후 유재석이 이 혼성그룹 활동을 할 때도 내내 따라다니는 질문이 될 수 있었다. 그 이유를 고민하고 자신의 포지션을 확실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걸 이효리는 피하지 않고 조언해준 것이다.

◆구시대 감성 유재석과 비 사이에서 빛나는 이효리의 트렌디함
'놀면 뭐하니'의 혼성 그룹 프로젝트에서 유재석과 비는 다소 구시대 감성을 드러낸다. 이번 프로젝트가 시작된 게 과거 90년대만 해도 쿨 같은 혼성 그룹이 여름 시장이면 여지없이 히트곡을 냈던 그 시절을 회고하게 되면서였다. 특히 댄스에 그 누구보다 갈증을 느끼는 유재석은 과거 클럽에 가면 흘러나오던 빠른 비트의 템포에 매료되어 곡 선정에 있어서도 그런 부분을 강조했다. 그건 유재석이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즐거워하는 것이지 실제 가수였다면 구시대적이라고 외면 받을 수도 있는 대목이다.
비의 경우도 그리 다르지 않다. 2017년 냈던 '깡'이 당시에 혹평과 조롱을 받았던 건 거기 등장하는 춤이나 음악이 시대에 뒤떨어진 과한 춤이라는 대중들의 반응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러한 혹평과 조롱이 하나의 현상이 되고 그걸 비 스스로도 즐기는 대범함을 보여주자 '깡'은 오히려 화제가 되면서 차트 역주행을 하게 됐다. 그래서 '놀면 뭐하니'에 나온 비 역시 가장 막내면서도 구시대적 감성을 드러내곤 한다.
하지만 여기에 다행스럽게도 트렌드 세터의 대명사 격인 이효리가 들어감으로써 그 구시대적 감성을 공감하면서도 그것을 현재와 공유하려는 소통이 가능해진다. 레트로가 뉴트로의 성격을 갖게 된 것. 비가 노래의 아이디어로 '포기하지 마'라는 다소 옛 감성의 이야기를 꺼내놓자 이효리가 요즘은 "그런 바이브가 아니다. 포기해"를 제안하는 대목이나, 유재석이 돈이 없던 과거 시절을 떠올리며 "그 여름 내가 돈이 있었다면"이란 아이디어를 내자 이효리가 "상상플렉스로 하자"고 제안하는 대목은 그의 트렌디함이 더해져 옛 감성과 현재의 바이브가 만나는 지점이 아닐 수 없다.

◆이효리, 소길댁, 린다G
이들은 유튜브 방송을 통해 혼성 그룹의 이름과 자신들의 예명을 만들었다. 무수히 많은 재기발랄한 아이디어들이 쏟아졌고 그 중에서 이들이 선택한 그룹명은 '싹3'다. 여름 가요시장을 싹쓸이 한다는 의미도 있고 세 사람의 싹이 모였다는 의미도 들어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유재석이 해왔던 '부캐의 확장' 대열에 이효리도 참여했다는 사실이다. 린다라고 부캐명을 처음에 지었던 이효리는 '지린다'라는 뜻을 더해 린다G가 되었다. 미국에서 미용실로 자수성가한 캐릭터 스토리를 더한 린다G는 그래서 우리가 지금껏 봐왔던 제주도의 소길댁 캐릭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제주도에서는 너무나 친근하고 다정한 소길댁으로 살다가 서울에 오면 린다G가 되어 한바탕 뒤집어놓는 이런 부캐 활동은 이효리로서는 '즐거운 일탈'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가끔 유재석이 제주도를 찾아갔을 때 주체할 수 없는 끼와 흥을 보여주며 "나도 같이 가"라고 했던 이효리가 아닌가. 그의 당당한 일탈이 지금의 대중들에게도 어떤 시원함을 안겨주는 이유다.
이효리는 과거에도 예능에서의 소탈한 모습과 가수로서의 섹시하고 화려한 모습 사이를 종횡무진 오가며 활약한 바 있다. 그러다 관찰카메라 시대가 되자 대체불가의 솔직함으로 무장한 채 자신의 '미니멀 라이프'를 보여줌으로써 대중들을 공감시켰고, 이제는 린다G가 되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아래 서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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