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나는 낙관과 긍정을 같은 의미로 이해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무조건 잘될 거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 긍정적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몇 년 전 베트남 전쟁에서 8년 동안 포로가 되었다가 생환한 스톡데일리 대령의 글을 읽으면서 낙관과 긍정의 차이를 비로소 알게 되었다.
베트남 전쟁에서 포로로 잡힌 미군들 중 곧 풀려날 것이라 믿었던 사람들은 자신의 현실을 외면하고 낙관적인 기대를 가지고 있다가 기약 없이 길어지는 전쟁에 희망을 잃고 비관적이 돼 사망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반면 스톡데일리 대령을 비롯한 생환 포로들은 반드시 풀려날 것이라는 믿음은 잃지 않으면서 그것이 그들의 예상보다 더 길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며 장기적으로 철저히 대비해서 그날이 올 때까지 버틸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통해 긍정의 진정한 의미는 현실을 무시한 채로 무조건 잘될 거라는 믿음이 아닌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난 이겨낼 수 있다는 믿음과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현실적인 대응책을 찾아 노력하는 것임을 깨닫게 됐다.
갑자기 스톡데일리 대령의 이야기가 떠오른 것은 지금 대한민국 중소기업이 처한 현실이 코로나19로 인해 매우 어려운 상황이고, 이것이 얼마나 오래갈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 마치 언제 풀려날지 모르는 포로수용소의 미군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요즘 라디오를 듣다 보면 "괜찮아 다 잘될 거야"라는 노래가 나오면서 코로나19에 지친 국민들을 응원하는 공익광고를 들을 수 있다. 그 취지는 이해하지만 실질적 대책 없이 잘될 거라는 응원만 있는 것이라면 분명 그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와 한국의 기업들이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이 상황에서 많은 비관론이 득세하고 불안감이 증가하기도 한다. 반면 동시에 어떤 이들은 코로나19로 인한 금번의 사태가 금방 끝날 것처럼 낙관적인 이야기들을 늘어놓기도 한다.
이런 낙관적인 이야기는 힘든 중소기업에는 정말 듣기 좋은 말이다. 그러나 기업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 듣기 좋은 말을 애써 외면하고 현실을 직시하며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대응책들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기업의 경우에는 이전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추진했지만 기존 사업에 묶여 제대로 도전하지 못했던 사업에 새롭게 도전할 기회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일례로 마이크로소프트는 OS 윈도우의 성장 정체와 스마트폰 시장 진출 실패로 위기에 몰렸을 때 새로운 사업 분야인 클라우드 비즈니스에 도전해 큰 성공을 거뒀다.
이처럼 우리 기업들도 지금의 위기를 과감한 혁신의 기회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이렇게 위기 속에서 변화와 혁신을 하라는 말은 당사자가 아닌 사람에게는 참 쉽고 당연한 말이지만, 실제 그것을 실천하는 기업의 경영자나 구성원들에게는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지를 잘 알기에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참 조심스럽다.
그러나 이 위기 속에서 암담하다고 옛날 옛적 기우제 지내듯이 그저 손 놓고 경제 환경이 좋아지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기에 결코 실천이 쉽지 않은 것들을 말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새로운 일에 도전할 때 혼자서 '진인사대천명' 을 되뇌곤 한다. 해야 할 일을 다 하고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는 의미의 이 말을 어떤 이들은 앞의 부분을 무시하고 모든 것을 하늘의 뜻, 즉 운에 맡긴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나는 이 말을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면서 대신 그 과정에서 예측되는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목표를 향해 굳건히 앞으로 나아가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보통 우리는 시작 단계에서 결과를 미리 예측하고 실패의 조짐이 조금만 보이거나 본인이 기대했던 결과보다 그 성과가 작을 때 실망하고 쉽게 포기한다. 아마 지금 많은 대한민국의 중소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노력들이 부질없이 느껴지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 그 노력들은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들이 절대 포기하지 않고, 이 위기를 잘 극복해 한 단계 더 성장하는 강한 기업으로 나아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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