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와중에 생긴 의료공백으로 경산 고교생 정유엽 군이 숨진 지 3개월 가까이 지났다. 정 군의 부모는 청와대 앞으로 간다고 했다. 아들의 죽음이 헛되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지만 바뀌는 게 없어서다.
16일 오전 7시 정유엽 군의 아버지 정성재(53) 씨와 어머니 이지연(51)씨, 그리고 정유엽사망대책위원회 위원 7명이 청와대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이날 오후 2시 청와대 앞에서 '정유엽 군 사망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기자회견'을 열기 위해서다.

아버지 정성재 씨는 밤잠을 설쳤다고 했다. 기자회견장에서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밤새 고민했다는 그는 "지금까지 오는 길도 몹시 힘들고 고됐다"며 "적어도 아들이 어떻게 죽었는지는 알아야 할 것 같아 계속 나아가는 중"이라고 했다.
어머니 이지연 씨의 일상도 많이 바뀌었다. 이 씨는 "운영하고 있는 식당 문은 거의 닫아두다시피 하고 유엽이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데 모든 힘을 쏟고 있다"며 "오늘도 너무 긴장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평생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살 것 같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부모를 괴롭혔던 건 '아들이 '불행'해서 당한 사고'라는 말이었다. 정 씨는 "운 나쁜 소수의 문제라고 생각지 않는다"며 "코로나19로 오인돼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 세상을 떠난 아들은 우리 사회의 의료체계가 잘못됐다는 증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오후 2시가 조금 지나 청와대 분수 앞에서 시작된 정유엽사망대책위 기자회견. 인권, 노동, 법률, 의료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정유엽사망대책위'는 정부 차원의 진상조사단 구성과 지역 내에서 발생한 의료 공백 조사를 통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권영국 변호사는 "사건의 진상에 접근하기 위해 지난달 대구지방법원에 한 증거보전신청이 받아들여져 경산중앙병원과 영남대의료원의 의료기록지 등 자료를 확보한 상태"라고 밝혔다.

아버지 정 씨도 아픈 기억의 실타래를 하나씩 풀었다. 정 씨는 "아들이 떠난 지 3개월이 흘렀지만 유엽이가 사용했던 공부방 침구 옷가지 어느 것 하나 함부로 하지 못했다"며 "우리는 정말 국가가 하라는 대로 했고 부검도 필요 없다기에 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침을 준수한 결과는 너무 참혹하고 암담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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