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 간 판문점 선언의 결실로 탄생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이하 연락사무소)가 16일 문을 연 지 1년 9개월 만에 완파돼 사라졌다.
연락사무소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 성과라는 상징성과는 별개로 개보수 및 운영에 세금 168억원이 투입됐으나, 북한이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아 폭파하면서 한순간에 잿더미로 변해버렸다.

◆1년 9개월 만에 완파
북한 조선중앙방송은 이날 "14시 50분 요란한 폭음과 함께 북남공동연락사무소가 비참하게 파괴됐다"고 보도했다.
연락사무소는 지난 2018년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의 4·27 판문점 선언에 따라 그해 9월 개성에 문을 열었다.
과거 개성공단 내 남북교류협력협의사무소로 쓰던 4층 건물을 고쳐 연락사무소 청사로 사용했다.
2층과 4층에 각각 남·북 인력이 상주 근무하며 일상적으로 대면 소통이 가능한 여건이 만들어졌다.

이에 따라 남북이 24시간 소통을 할 채널이 생겼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컸다.
문을 연 뒤 산림협력, 체육, 보건의료협력, 통신 등 각종 분야의 남북 간 회담이나 실무 회의도 연락사무소에서 열리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남북 교류의 거점 역할도 수행했다.
하지만 지난해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돼 '노딜'로 끝난 이후엔 남북 소장 회의가 중단되는 등 파행적으로 운영됐다.
더욱이 코로나19라는 변수까지 겹치면서 올해 1월 30일부터는 남측 인력이 철수, 대면 운영이 중단됐다.

이후에도 남북은 매일 오전 9시와 오후 5시 두 차례 정기적으로 통화하며 비대면 소통을 이어갔다.
그러나 조선중앙통신은 "6월 9일 12시부터 북남 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유지해 오던 북남 당국 사이의 통신연락선, 북남 군부 사이의 동서해통신연락선, 북남통신시험연락선,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와 청와대 사이의 직통통신연락선을 완전 차단·폐기하게 된다"고 발표하면서 통화는 차단됐다.
결국 지난 4일 북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으며 연락사무소 철거를 처음 언급하고, 12일 만인 이날 북한이 사무소 건물을 폭파하면서 연락사무소는 개소 21개월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 등 군 지휘부는 이날 오후 북한이 연락사무소 청사를 폭파했다는 상황 보고를 받고 즉각 합참 전투통제실로 내려가 관련 상황을 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이날 오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연락사무소 관련 질의에 "일단 예고된 부분이 있다"며 "조금 더 정확한 상황을 확인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김대중 정부에서 대북특사로 파견됐던 박지원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북한이 연락사무소를 폭파한 것과 관련 "북한 땅에서 일어나는 일에 우리가 과민반응할 필요는 없다"며 "불안한 예측이지만 북한이 금강산에서도 상징적인 일을 하리라 예측한다"고 밝혔다.
◆北 "비무장화지역 요새화"
이날 오전 북한군은 남북합의로 비무장화된 지역에 다시 진출하고 남쪽을 향해 삐라(전단)를 살포하겠다고 예고했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을 맞아 "나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8천만 겨레 앞에서 했던 한반도 평화의 약속을 뒤로 돌릴 수는 없다"고 메시지를 냈으나 오히려 대남 군사압박 수위를 높였다.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는 이날 오전 '공개보도' 형식으로 발표한 입장문에서 "우리 군대는 최근 각일각 북남관계가 악화일로로 줄달음치고 있는 사태를 예리하게 주시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총참모부는 "우리는 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와 대적 관계부서들로부터 북남합의에 따라 비무장화된 지대들에 군대가 다시 진출하여 전선을 요새화하며 대남 군사적 경계를 더욱 강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게 행동 방안을 연구할 데 대한 의견을 접수하였다"고 말했다.
북측이 언급한 '합의에 따라 비무장화된 지대'는 개성과 금강산 일대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개성은 과거 유사시 최우선 남침 통로로 꼽혀온 곳으로 2003년 개성공단 착공 이전까지만 해도 개성과 판문읍 봉동리 일대에는 2군단 소속의 6사단, 64사단, 62포병여단이 배치돼 있었다. 북한이 이 지역에 다시 군을 주둔시킬 수 있다.
금강산도 그동안 남측 관광객이 이용하던 통로들에 군부대를 배치할 것으로 추측된다.
아울러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단행했던 감시초소(GP) 시범 철수 조처를 철회해 군사분계선 지역에서 군사적 긴장지수를 높일 가능성도 나온다.
북측은 남쪽을 향한 대대적인 전단 살포 계획도 시사했다.
총참모부는 "지상전선과 서남해상의 많은 구역을 개방하고 철저한 안전조치를 강구해 예견되어 있는 각계각층 우리 인민들의 대규모적인 대적삐라 살포 투쟁을 적극 협조한 데 대한 의견도 접수하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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