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참 희한하게 돌아간다. 정권 실세였던 유재수를 감찰하던 청와대 행정관이 감찰 중단 지시를 받고 느꼈다는 말이다. 그러고 보니 희한한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21대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은 자신들이 그토록 주장해 제도화시켰던 야당 몫의 법사위원장 자리를 낯빛 하나 변하지 않고 강탈했다. 이번엔 책임 있는 국정 운영을 위해서란다. 그렇다면 민주당이 야당이었던 시절에는 국정 운영을 방해하기 위해 법사위원장을 야당이 맡아야 한다고 했다는 말인가. 민주당 의원들과 현 정부 인사들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불만과 증오가 하늘을 찌른다. 당선되기도 전에 세상이 바뀌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겠다고 아이들 패싸움하는 식의 경고를 일삼더니 이제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몰아내는 것이 검찰 개혁의 목표가 되었다. 조국 일가의 불법행위는 보이지 않고, 이를 수사하여 기소한 검찰만 불법이고 개혁의 대상이다. 지방선거 때 울산시에 대한 하명수사를 통해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수사하던 검찰을 법무장관의 인사권을 이용해 사실상 와해시킨 것도, 그 당사자가 국회의원에 당선된 것도 희한하기는 마찬가지다.
수사 중 사건에 대한 무죄 추정의 원칙을 넘어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까지 난 한명숙 전 총리 사건을 무죄로 만들기 위한 노력도 나타났다. 무죄의 새로운 증거가 있다면 당사자인 본인이 재심을 청구하면 될 것인데, 증거가 없으니 이미 판결 과정에서 검토된 증언자의 비망록을 이유로 사실상 재수사를 시작했다. 한명숙이 아니어도 그랬을까.
정대협과 정의연 활동으로 비례대표 자리를 꿰찬 윤미향 의원 사건에 대한 민주당 대표와 의원들의 편향적 시각도 희한하기는 마찬가지다. 윤 의원을 향한 의혹을 풀기에 턱없이 부족한 기자회견을 하게 하고는 해명되었다고 넘어갔다. 그들에게는 윤미향이 중요할 뿐, 위안부 할머니들은 안중에도 없다.
생각해 보니 무원칙과 비상식은 정권 초기부터 있었다. 천안함 폭침 희생자 추모 행사에는 참석조차 하지 않던 대통령이 낚싯배가 충돌해 침몰하여 여행객이 사망하자 유가족을 찾아 무릎까지 꿇고 국가 책임이라고 빌었다.
21대 국회가 개원되자 민주당은 5·18 민주화운동 특별법 개정안 초안을 공개했다. 이 법은 '허위사실유포금지' 조항을 신설하여 정부 발표에 반하는 것을 허위 사실로 간주하고 '허위 사실을 유포하여 5·18 민주화운동을 부인·비방·왜곡·날조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이나 7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연구, 학술, 보도, 예술 등의 목적으로도 정부 발표와 다른 내용을 얘기하면 처벌받게 만든 것이다. 자신들이 옳다고 믿는 것을 비판하면 개인의 사상이나 표현의 자유까지도 억압하겠다는 것이다. 자신들의 사상과 가치만 옳고 다른 사람의 사상과 가치는 처벌하겠다는 독재적 발상이 아니면 무엇인가.
정권 초부터 적폐 청산을 한다면서 2년 넘게 과거와 싸우더니 이제는 자기편의 유죄를 무죄화하기 위해 과거와의 전쟁을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미래를 준비하고 계획할 시간도, 돈도 없다. 코로나19 사태가 엄중하다고 1년에 100조원에 육박하는 빚을 미래 세대에 떠넘기면서도 전 국민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자는 달콤한 말로 유권자의 지지를 확보하려 한다. 이를 갚아야 할 다음 세대는 인구구조상 아무리 노력해도 감당할 수 없는데도 말이다. 책임 있는 정치 지도자라면 차마 할 수 없는 일이다.
북한은 김여정에 이어 김영철, 리선권을 지나 옥류관 주방장까지 나서서 우리 대통령에게 입에 담지 못할 쌍욕을 해대면서 모욕을 했다. 그런데도 이 정부 인사들은 북한은 잘못이 없고 우리가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 그렇단다. 또 미국이 비핵화를 위해 북한을 제재하기 때문이란다. 그러면 북한 핵무장을 용인하자는 것인가. 급기야 국민 세금 180억원이 투입된 남북연락사무소를 북한이 폭파시키자 통일부 장관은 예정된 일이었다, 국회 국방외교위원장은 포를 쏘아 폭파시키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까지 했다. 이 정도면 토착 종북세력이라고 부를 만하지 않은가.
이제 대한민국은 거꾸로 가고 있다. 미래가 아닌 과거로, 타협과 포용이 아닌 갈등과 대결로 세월을 보내고 있다. 내로남불을 넘어 후안무치이면서 부끄러움도 모른다. 옳고 그름의 원칙과 상식이 무너진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기가 막힐 뿐이다. 세상 참 희한하게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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