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국방부, 통일부가 17일 10분 간격으로 브리핑하고 북한의 연이은 군사도발 위협과 막말에 가까운 대남 비난에 대해 한목소리로 거세게 비판했다.
북한이 전날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일방적으로 폭파한 데 이어 이날도 원색적인 비난을 담은 담화를 쏟아내고 대남 군사행동 가능성까지 시사하자 이번 정부 들어 전례 없는 강경 대북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다.
◆청와대·국방·통일, 김여정 독설에 '맹비판'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기념사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담화를 낸 것과 관련해 "취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매우 무례한 어조로 폄훼한 것은 몰상식한 행위"라며 강력 비판했다.
이어 "그간 남북 정상 간 쌓은 신뢰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일이며, 북측의 이런 사리 분별 못하는 언행을 우리로서는 감내하지 않을 것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남북이 협력으로 난제를 풀어가자고 밝혔으나 북한은 이날 김여정 제1부부장 명의의 담화를 통해 "철면피한 궤변"이라며 모독하는 언사를 서슴지 않았다.
윤 수석은 특히 "북측은 또 우리 측이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대북특사 파견을 비공개로 제의했던 것을 일방적으로 공개했다"며 "전례 없는 비상식적 행위며 대북특사 파견 제안의 취지를 의도적으로 왜곡한 처사로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북측의 일련의 언행은 북에도 도움 안 될 뿐 아니라 이로 인한 모든 사태의 결과는 전적으로 북측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며 "북측은 앞으로 기본적 예의를 갖추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국방부는 이날 북한이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를 예고한 데 대해 "실제 행동에 옮겨질 경우 북측은 반드시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강하게 경고했다.
전동진 합참 작전부장(육군 소장)은 "우리 군은 오늘 북한군 총참모부에서 그간의 남북합의들과 2018년 판문점선언 및 9.19 군사합의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각종 군사행동계획을 비준받겠다고 발표한 한 데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통일부도 강한 유감을 표했다.
서호 통일부 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오늘 북측이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발표를 통해 금강산 관광지구와 개성공단을 군사 지역화한다고 밝힌 점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측의 발표는 2000년 6·15 남북공동성명 이전의 과거로 되돌리는 행태이다. 우리 국민의 재산권에 대한 명백한 침해"라며 "북측은 이에 대한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야권, 민간단체 "정부가 위기 사태 초래"
야권과 민간단체에서는 정부 대북정책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유승민 미래통합당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이게 평화냐"고 되물으며 "지난 3년 동안 문 대통령과 민주당이 한없이 '비굴하고 굴종적인' 저자세의 대북유화책을 쓴 결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북은 이미 완성된 핵미사일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더 험한 협박과 도발로 나올 거라는 우리 안보의 현실을 똑바로 알아야 한다"며 "북의 '최고 존엄' 에게 끝없이 아부하고 눈치를 살피는 비굴함과 굴종으로는 결코 진정한 평화를 얻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6·15공동선언 20주년 준비위원회는 이날 비상시국회의에서 "남북관계가 남북공동선언 이전 시대로 역행할 심각한 위기"라며 "정부가 독자적으로 막을 수 있는 대북전단 살포를 방치하는 등 남북공동선언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아 위기 사태를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시민단체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남측을 향해 "적대적 입장을 취한 이명박·박근혜 정권도 11차례나 대북전단 살포를 막았는데 정작 새로운 평화의 시대를 노래한 문재인 정부는 막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대한민국재향군인회는 성명을 내고 "최근 북한은 국가원수를 비방·모독하고 입에 담지 못할 도발적 언행을 일삼아 오더니 급기야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만행을 저질렀다"며 "모든 책임은 북한이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진보연대는 성명에서 "현 상황을 관리해보려는 얕은수로는 파국을 막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 지지층도 北에 격앙
문 대통령 지지층 사이에서도 "북한이 도를 넘고 있다"는 격앙된 비판이 연일 커지고 있다.
친문 성향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문 대통령을 향해 막말을 쏟아내는 북한에 대해 '맨날 불바다, 불바다 거린다. 지네는 평양 불바다 되면 나라 망하면서', '진짜 짜증 난다. 지금까지 노력이 다 잿더미 된 기분', '무례도 이런 무례가 없다' 등의 비판 글이 올라왔다.
김여정 제1부부장에 대한 분노도 상당했다. 지지자들은 '우리 대통령한테 빡X다', '저런 형태의 얼굴이 엄청 드세다' 등의 인식공격성 글도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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