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북한의 도발도 충격이지만 국민이 더 경악하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우려스러운 상황 인식과 대응이다. 북한의 연락사무소 폭파는 대한민국 시설에 대한 무력 공격으로 절대 용납할 수 없는 도발인데도 문 대통령과 여당은 단호한 대응은커녕 북한에 대한 환상(幻想)·미몽(迷夢)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굉장히 실망스럽다"면서도 "계속 인내하며 남북 관계 개선을 도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북한이 북핵과 한반도에 대한 새 틀을 짜려고 하는 판에 실패하고 좌초한 기존 대북 정책 기조를 그대로 끌고 가겠다는 것이다. 이 사태를 가져온 요인으로 대북 전단 대응 실패와 미국의 정책 결정 구조를 지목한 문 대통령 인식도 문제다. 문 대통령이 '평화 도그마(dogma)'에 빠져 대북 정책 기조를 고집하면 정책 실패 반복은 물론 남북 관계가 더 후퇴할 위험성이 높다. 사의를 표명한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임에 적극적인 남북 교류·협력을 추진할 인물을 물색하는 것 역시 걱정을 불러오는 대목이다.

민주당 의원들의 상황 인식과 대응은 국민을 경악하게 만든다. 김두관 의원은 평양·서울 남북연락사무소 설치, 개성공단 재가동 등을 들고나왔다. 윤건영 의원은 '어게인 2018'을 외치며 남북 정상이 만난 2018년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박범계 의원은 "우리는 참 좋은 대통령을 보유한 국민"이라며 '문비어천가'를 불렀다. 홍익표 의원은 남북 관계 악화를 한미연합훈련 탓으로 돌렸다. "정신이 제대로 박혀 있는 사람들인가"라는 말이 안 나올 수 없다.
북한은 지난 3년과 같은 방식으로는 얻을 게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새 판을 짜겠다는 전략에 따라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등 도발을 일삼고 있다. 북한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의연하고 치밀하게 대응해야 할 때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과 여당은 실패한 지난 3년의 대북 정책을 고집하며 북한에 대한 환상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북한 도발 못지않게 국민이 불안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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