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혁욱 일본대학 경제학부 교수
20세기 전 기간에는 천재들보다 보통사람들의 평균적인 인적자본의 상승이 국부의 더 중요한 원천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사실 20세기 초반에 형성된 전기산업과 자동차산업은 에디슨과 포드 같은 한 명의 천재에 의해서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포천지 500대 기업 리스트에 아직도 포함되는 GE와 포드 자동차는 이들 천재들의 위대함을 웅변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2003년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한 명의 천재가 10만 명, 20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말로 한국 사회에 화두를 던지면서, 삼성전자의 급여 체계를 일본 기업과 비슷한 연공임금제에서, 실적이 있는 우수한 인재에 더 많은 보상을 하는 성과급 제도로 전환시켰다. 이처럼 기존의 우수한 사원들을 더 열심히 일하게 하고, 새로운 우수한 인재들을 모여들게 하는 인센티브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삼성전자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주요한 요인이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건희 회장이 예상한 대로 다시 천재들의 시대가 도래했다. 래리 페이지가 만든 검색 프로그램으로 시작한 구글, 저커버그가 만든 알고리즘에 기초해 성립된 페이스북, 제프 베조스의 비전과 추진력이 일구어낸 아마존, 일론 머스크의 상상력으로 확장되고 있는 테슬라 등이 좋은 예이다. 짧은 시간 안에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과 아마존의 시가총액은 1조달러, 페이스북은 6천400억달러, 테슬라는 1천500억달러에 이를 정도로 성장하였다. 훨씬 역사가 길고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이 2천800억달러 정도임을 감안하면, 위의 기업들이 이루어 낸 단기간의 성과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짐작할 수 있다.
이들 천재들이 만든 기업들로 인해서 국가 간의 소득격차가 국가 내의 소득격차보다 더 벌어지는 이상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즉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이 더 높은 임금을 주고, 더 나은 노동 환경을 제공해서 세계 곳곳의 우수한 인재들을 끌어들였기 때문이다. 미국의 전체 노동자 중에서 외국 출신이 15% 정도인데, 엔지니어로 한정하면 외국 출신이 30% 이상이고, 박사 학위 보유자는 50%를 차지할 정도로 고학력 노동자 중에서 외국인의 비중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새롭게 유입되는 능력 있고 우수한 인재들을 미국의 하이테크 기업들은 적극 활용해서 기존의 사업에서 더 많은 수익을 낼 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을 매수하는 형태로 더 큰 수익이 예상되는 사업으로 진입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은 구글 이외에도 이세돌 기사와 바둑으로 대결한 인공지능 알파고를 개발한 딥마인드, 자율주행 자동차를 개발하고 있는 웨이모, 사물인터넷을 주로 연구하는 네스트, 우리 모두에게 익숙한 유튜브 등을 산하에 두고 있다. 페이스북도 같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 와츠앱을 매수해서 세계 최대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업체로 성장했다. 능력 있고, 우수한 인재들의 유입은 기존 기업만을 성장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산업의 생태계를 넓히는 데도 크게 기여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 결과에 따르면, 이민자가 미국 출신자보다 창업할 확률이 30% 더 높고, 1990년대 이후에 벤처캐피털의 지원을 받아 창업한 기업 중에서 주식시장에 상장한 기업의 25%가 이민자에 의해 창업된 기업이라고 한다.
천재들에게 그들의 성과에 따른 충분한 보상을 준 미국은 기업의 창업이 우후죽순처럼 이루어지고, 창업한 기업이 빠르게 성장해서, 고용을 증가시키고, 소득이 증가하는 소위 창조경제를 실현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도 미국의 하이테크 분야와 같은 시스템으로 성공한 예가 바로 K-POP이다. 우수한 인재들에게 실적에 맞는 보상이 이루어지자 더 우수한 인재들이 세계 각지에서 모이게 되고, 다양한 음악적인 시도가 이루어져 더 많은 인기를 얻고, 다시 천재들을 끌어모아, 더 다양하고 뛰어난 아티스트들이 세계를 향해 셀 수 없이 탄생하고 있는 현실을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다.
미국의 유수한 대학에 유학 중인 인재들이 한국에 돌아오지 않고, 한국의 유수한 대학을 졸업한 뛰어난 인재들이 미국에서 일자리를 찾게 되면 한국의 지속적인 경제성장은 요원하게 된다. 한국의 뛰어난 인재뿐만 아니라 세계의 인재들이 한국에서 일하고 싶을 정도가 되려면 실적에 맞는 보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어렵다. K-POP처럼 K-Firm의 시대가 와서 세계의 뛰어난 젊은이들이 한국에서 꿈을 펼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권혁욱 일본대학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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