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강+] 집에서 홀짝홀짝, 홈술 습관되면 혼쭐 납니다

MZ세대 사회 트렌드 '혼술 건강학'

혼술.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혼술.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김혜금 영남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김혜금 영남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자유분방하고 얽매이기 싫어하는 '밀레니얼세대·Z세대'(이하 MZ세대·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가 사회 전면에 등장하면서 '홈술'(집에서 마시는 술)이나 '혼술'(혼자 마시는 술)이 사회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더욱이 코로나19 사태가 좀처럼 숙지지 않으면서 이런 경향은 대중화되고 있다.

하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혼자 마시다보니 제어가 힘들고 급하게 마시게 돼 알코올의존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이번 회에는 '혼술 건강학'에 대해 알아봤다.

◆젊은이 2명 중 1명 "최근 혼술 경험"

최근 흥미로운 설문조사가 있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전국 만 19세 이상 34세 이하 남녀 900명을 대상으로 음주 행태 등을 조사한 결과, 전체의 50.3%가 최근 3개월 내 혼술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혼술할 때 주로 마시는 술 종류로는 수입맥주(59.4%)가 가장 많았고 이어 국산맥주(55.2%), 희석식 소주(23.2%) 순으로 나타났다. 또 혼자 마실 때 음주 장소는 '집·기숙사 등 주거 공간'(85.4%)이 가장 높았다. '혼술=홈술'인 셈이다. 특히 소주와 달리 맥주 선호 장소로 가장 많은 곳이 '집·기숙사 등 주거 공간'(41.6%)'으로 조사됐다.

일반적으로 술을 마시는 동기는 다양하다. ▷사회성을 높이기 위한 대인관계형 음주 ▷정신기능을 향상하거나 일을 더 능률적으로 하기 위한 정신조절형 음주 ▷감정적 긴장과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감정조절형 음주 ▷부부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부부극복형 음주 등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혼술은 이 중에서 하루의 스트레스와 부정적 감정을 풀기 위한 감정조절형 음주로 분류할 수 있다. 이런 방식을 우리는 자신의 괴로움을 스스로 치료하려는 '자가 약물 치료'(Self-medication hypothesis)라 일컫는다. 그러나 술 자체가 적절한 약물이 될 수 없다. 술은 약과는 다르다. 술을 마시는 즉시 느끼는 이완감과 행복감은 그 때 뿐이고, 깨고 나면 더 예민해지고 감정 조절이 더 어려워진다.

◆홈술·혼술이 더 위험하다

술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을 모르는 이는 없다. 특히 혼술은 이에 더해 조금 더 우려되는 점이 있다.

아무래도 혼자 마시면 제대로 된 식사나 안주를 갖추지 않고 술만 마시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음주 습관 중에 가장 해로운 것이 '빈 속에 술만 마시는 것'이다. 알코올 중독 환자들은 대개 식사를 거르고 술만 마신다. 이럴 때 신체와 뇌에 꼭 필요한 비타민 B와 같은 영양분 섭취가 어려워지고, 술 자체가 소장에서 흡수돼 비타민의 흡수를 방해하기도 한다. 이것이 만성이 되면 '알코올성 치매'의 원인이 된다.

또한 혼술은 자신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피드백해줄 대상이 없는 상태에서 마시게 되므로 '자기 제어'가 쉽지 않다. 2명 이상이 함께 마시면 대화 등을 통해 술 마시는 인터벌을 어느 정도 가질 수 있지만 혼술은 그렇지 않다.

홈술의 경우는 긴장감 없이 술을 마시기 쉬워 음주가 습관화되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음주량과 빈도수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경북대 간호대 연구팀 자료에 따르면 혼술을 하는 사람은 친한 친구와 함께 마시는 사람보다 알코올 의존증으로 입원할 확률이 무려 9배나 됐다.

홈술을 할 때 냉동 식품이나 피자, 라면 같은 간편한 인스턴트 음식을 안주로 먹는 경우가 많아 영양불균형도 초래한다.

건강을 위해서는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 최선이지만, 포기할 수 없다면 슬기롭게 마셔야 한다. 집에서 술을 마실 땐 횟수와 양을 정해 놓고 마시고 되도록 인스턴트 식품보다는 과일이나 두부, 계란처럼 가볍지만 영양가 있는 안주를 먹는 것이 좋다. 중간중간 물을 마셔 체내 알코올 농도를 희석시켜 음주 속도를 늦추는 것도 방법이다.

혹시 같은 시간에 술 생각이 나거나, 술이 깰 때 술을 다시 마시고 싶거나, 술을 안 마시고 있을 때 손이 떨리거나 식은땀이 나는 등 금단 증상이 있다면 알코올 의존이 심한 상태이므로 전문가와 꼭 상담을 받아야 한다.

도움말: 김혜금 영남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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