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국공 사태' 청와대 청원…응답까지 5만여명 남았다

22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보안검색 노동자 정규직화 관련 브리핑을 마친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브리핑실을 나와 엘리베이터로 이동하던 중 직원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보안검색 노동자 정규직화 관련 브리핑을 마친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브리핑실을 나와 엘리베이터로 이동하던 중 직원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공준모'에 올라온 취업준비생의 하소연. 인터넷 캡처

인천국제공항공사 보안검색 노동자 정규직 직접 고용의 파장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 22일 등록된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그만 해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와대 청원이 오전 9시 기준 14만5천여 명이 넘어선 상태다. 청원에 한 달간 20만 명이 동의하면 정부와 청와대는 이에 응답해야 한다. 정부·청와대 관계자들이 답변하기까지 앞으로 남은 인원은 5만5천여 명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지난 22일 인천공항 비정규직 보안검색 노동자 1900여 명을 정규직 청원경찰로 직접 고용한다고 밝힌 가운데, 인천공항 비정규직 관련으로 추정되는 오픈대화방에서 나도는 대화 내용이 온라인상에 떠돌면서 문제는 불거졌다. 한 이용자는 "나 대학 왜 갔냐"는 말을 했고, 또 다른 이용자가 "누가 하래?"라는 대화, "알바천국에서 일 구해서 190만 원 벌다 졸지에 서울대급 됐네 ㅋㅋ" 등 대화가 온라인에 떠돌자 취업준비생들은 분노했다.

청원인은 "인천국제공항의 (보안요원 정규직) 전환은 정말 충격적이다"라며 "정직원 수보다 많은 이들이 정규직 전환이 된다. 이들이 노조를 이들을 위한 회사가 될 것이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인국공에 들어가려고 스펙을 쌓고 공부하는 취준생들은 물론 직장인들은 무슨 죄냐"며 "노력하는 이들의 자리를 뺏게 해주는 게 평등이냐"며 분노했다.

그는 "사무 직렬의 경우 토익 만점에 가까워야 고작 서류를 통과할 수 있는 회사에서 비슷한 스펙을 갖기는커녕 시험도 없이 그냥 다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것이) 공평한 것인가 의문"이라며 "이건 평등이 아니고 역차별이자 청년들에게 더 큰 불행이다"라고 꼬집었다.

취준생들에게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소위 '신의 직장'으로 불린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2020 대학생이 꼽은 가장 일하고 싶은 공기업' TOP10 순위를 발표한 결과, 올해 대학생들이 가장 취업을 원하는 공기업으로 인국공(18.4%)이 선정돼 3년 연속 1위의 자리에 오르게 됐다. 지난해 일반직 신입공채에 35명 선발에 5469명이 몰릴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이렇기 때문에 서류전형을 준비하기 위해 토익을 10회 이상 응시하는 취준생들도 드물지 않다. 한 취준생은 공기업 준비생 카페 '공준모'에 "인국공 위해 토익 10번, 토익스피킹 10번, 허벅지 찔러가며 14시간씩 공부했다"며 "울면서 참았다. (인국공 소식 듣고) 처음으로 아빠 앞에서 울었다"고 썼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미래통합당 하태경 의원은 "노력하는 청년들이 호구가 되는 세상을 만들었다"고 했다. 하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 방문했던 인천공항 비정규직의 무조건 정규직화가 결국 로또 취업으로 드러났다"며 "인천공항의 결정은 단순히 2143개 신규 일자리를 없앤 게 아닌 수십만 청년들의 기회의 사다리를 걷어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동체 질서 근간을 뒤흔든 반사회적 범죄를 저지른 것"이라며 "더 노력하는 청년들이 최소한 노력하지 않은 사람보다는 보상을 더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바로 공정이다. 공정이 무너지면 대한민국이 무너진다"고 지적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