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둥실 보름달이 뜬 신라의 밤. 막이 오르자 환한 달빛 아래 백성들이 모여 '신라의 밤'을 노래한다.
클래시컬한 뮤지컬 넘버를 닮았다 싶던 노래는 이내 흥겨운 일렉트로닉 댄스곡으로 바뀌더니 랩·국악가요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든다. 배우들은 신나는 선율에 맞춰 코믹 댄스를 선보이고 관객은 어깨를 들썩인다.
평화롭던 신라에 두 개의 태양이 떴다. 세상은 산 자와 죽은 자, 과거와 현재가 뒤섞이며 어지럽게 변한다. 왕은 노래로 하늘을 감동시켜 해를 떨어뜨리겠다며 최고의 예인을 뽑는 전국 향가 경연대회를 명한다. 이름하여 '향가 스타 S'다.
사천왕사 야외 오디션 현장. 승복을 곱게 차려입은 여승이 다소곳이 앉아 목탁을 두드리며 염불을 왼다. 점점 코믹 랩으로 바뀌는 반야심경에 스님은 막춤을 추고 객석 여기저기선 웃음이 터져나온다.
(재)정동극장이 2020 경주브랜드공연으로 선보이는 창작뮤지컬 '월명(月明) : 달을 부른 노래'는 삼국유사 기록에 판타지 상상력을 보태 만든 작품이다. 통일신라 경덕왕19년(760년) 나라 안팎으로 어지러움이 절정에 달하고, 열흘 동안 하늘에 두 개의 해가 뜨는 기이한 일이 벌어지자 월명 스님이 '도솔가'를 지어 부르니 하나의 해가 사라졌다는 기록이 모티브다.
'향가 오디션'이란 설정이 기발하다. 향가 '제망매가'는 월명 스님이 누이의 명복을 빌기 위해 지은 작품으로, 공연에선 애절한 발라드로 재탄생해 누이 잃은 월명의 슬픔을 표현했다.
해를 사라지게 한 '도솔가'엔 웅장하면서도 아름다운 선율을 입혔다. 특히 신라 문화를 대표하는 향가의 경우 원문이 주는 의미가 훼손되지 않도록 곡을 붙였다는 게 정동극장 측의 설명이다.
그 밖에도 오디션 예선부터 주인공 월명과 여옥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결승전까지 이어지는 발라드와 힙합, 댄스, 록, 오페라, 트로트 등 여러 장르 음악은 재미와 감동의 경계를 넘나들며 관객 눈과 귀를 매료시킨다. 간결한 세트와 어우러진 화려한 조명, 무대를 가득 채운 흥겨운 안무 등도 보는 내내 즐거움을 더한다.
류희림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사무총장은 "수도권 이외 지역에선 처음 시도한 상설 뮤지컬 공연"이라며 "전국 오디션에 합격한 우수한 배우와 스태프 50여 명이 경주에 숙소를 구해 살며 5개월 동안 준비했다. 기대 이상의 감동을 선사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11월 28일까지 매주 화~토요일 오후 7시 경주엑스포문화센터 문무홀에서 공연한다. 공연시간 1시간40분. 관람료 1만원. 문의 054-740-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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