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 아침이 오면 불빛은 어디로 가는 걸까

윤일현 외 94명 지음/ 학이사 펴냄

대구시인협회 소속 시인들이 단체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대구시인협회 제공
대구시인협회 소속 시인들이 단체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대구시인협회 제공
아침이 오면 불빛은 어디로 가는 걸까
아침이 오면 불빛은 어디로 가는 걸까

"평화로운 시대의 시인은 예지가 담긴 시를 쓰고 위급한 시대의 시인은 총과(銃戈)를 듭니다. (이기철, '지금은 오로지 희망을 노래할 때' 중에서, 219쪽)

대구시인협회 소속 시인들이 코로나19 대구 시인의 기록 '아침이 오면 불빛은 어디로 가는 걸까'를 출간했다.

대구시인협회 소속 시인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모두가 힘들어하던 3월 중순 전국문인단체 중에서는 가장 먼저 '심리적 거리좁히기와 희망의 연대'를 생각하고 '코로나19' 라는 동일 주제로 집단 창작을 시작했다.

이 시집은 2020년 2월말에서 5월 말까지 세계사적 재난 한가운데를 통과한 대구시민들의 절망과 희망, 절제와 인내, 용기와 사랑, 위대한 시민의식을 기록한 시와 산문으로 구성돼 있다.

이번 시집에는 원로와 중견, 신예 시인 95명이 참여했다. 대구시인협회는 전국문학단체로는 드물게 참여와 순수, 진보와 보수 성향의 시인들이 모두 참가하고 있어 문학적 스펙트럼이 넓고 다양하다.

이번 작품집도 문학적 지향점이 서로 다른 시인들이 서로 다른 관점으로 재난의 현장을 진단하고 기록하며, 꿈과 희망을 노래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가치를 가진다. 사상 초유의 재난 앞에서 시인들은 모두가 한 마음으로 펜을 들었다.

대구에서 신천지 신자들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폭발할 때, 그 비극적 현상을 정치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사람도 있었다. 코로나19 발병 초기와 확산 과정에서 유럽과 미국에서도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의 말과 적대적인 행동이 많았다. 대구 시인들은 그런 사고방식과 태도로는 이 재난을 극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문학 작품을 통해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시집에 수록된 작품들 상당수는 생태학적인 감수성으로 인류의 오만과 탐욕이 빚어낸 환경오염과 생태계 파괴를 언급하며 모든 생명체가 공존공생할 수 있는 사고로 전환하지 않으면 향후 더욱 가혹한 재난이 닥칠 것임을 지적하고 있다.

시인은 생태학적 감수성을 타고난 사람들이다. 시인은 시를 통해 인류 문명에 대한 진단과 공존을 위한 희망의 연대를 노래하고 있다.

대구시민과 대구시인협회 회원들은 재앙의 현장에 뛰어든 의료진과 자원봉사자들의 고귀한 희생정신과 사랑의 마음에서 삶의 희망을 발견했고, 용기 있는 사람들의 숭고한 인류애가 인류구원의 등대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윤일현 대구시인협회 회원장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헌신한 모든 분들과 대구시민들에게 더없는 존경과 찬사, 감사의 마음을 담아 이 시집을 바친다"면서 "코로나19로 유명을 달리한 분들의 명복을 빌고, 이 시간에도 치료를 받고 있는 확진자분들께서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고 치료에 전념하여 쾌차하시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대구시인협회는 의료진, 자원봉사자, 보건 당국의 노고에 감사하는 마음에서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시화로 제작해서 그 치열했던 현장에서 전시할 계획이다. 232쪽,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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