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가는 시간을 곱씹을 수 있다는 것이 어색하기만 했던 6월도 거의 다 끝이 났다. 폭염과 장마가 번갈아 찾아오는 날씨 속에 숱한 야외행사들이 혹여 영향을 받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기 일쑤였던 6월의 모습은 사라지고 날씨가 이렇게 무더웠던가, 비가 이렇게 자주 왔던가, 이때쯤이면 나는 뭘 하고 있었던가 하는 생각만 머릿속을 스쳐갔다. 또한 2020년의 절반이 이렇게 끝이 났구나 하는 아쉬움에 마스크 뒤에 숨어 오늘도 작은 한숨을 뱉어본다. 매일 땀에 절여지고, 늘 마음을 졸이고, 밤 10시쯤이 되어서야 겨우 첫 끼를 뜨던 축제이지만 후련함 보다는 아쉬움이 더 크다. 아쉬움이 클수록 마스크가 없이 생활하던 때가 더 그리워진다.
딤프(DIMF·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은 매년 18일간 진행이 된다. 매주 스케줄에 맞춰 쏟아져 들어오는 해외 공연팀들과 국내 최고의 제작진과 배우들이 함께하는 창작지원작, 각 지자체에서 지역을 대표해 만든 작품들을 선보이는 특별공연 그리고 국내외 대학생들의 펼치는 선의의 경쟁 대학생뮤지컬페스티벌까지 짧다면 짧지만 한편으로는 어떻게 버텨냈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치열한 18일을 보낸다. 하지만 가장 흥분되고 떨리는 순간은 다름 아닌 딤프어워즈가 있는 축제의 마지막 날. 딤프어워즈는 축제 기간 진행되는 전 공연과 함께 지난 1년간 대구지역에서 진행되었던 작품들을 총 망라하여 시상하고 축하하는 진정한 축제의 자리이다. 뉴욕 브로드웨이에는 토니어워즈가 런던 웨스트엔드에는 올리비에 어워즈가 있듯이 한국에는 딤프어워즈가 있다. 물론 국내에도 몇몇 뮤지컬 시상식이 있긴 하지만 현재 가장 오랜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유일한 시상식이자 전 세계적으로도 뮤지컬 단일 분야 시상식으로는 독보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믿는다. 이렇듯 축제 기간 동안 그리고 지난 1년간 달려온 모든 이들의 땀과 눈물, 노력이 화려한 조명 아래 큰 빛을 발하는 날이 이 딤프어워즈이다. 하지만 올해는 그 조명을 잠시 꺼두기로 한다. 다만 전 세계 모든 관객과 뮤지컬 종사자들이 건강하게 다시 만날 날을 온 맘 다해 소망해보는 것으로 그 아쉬움을 달려보려 한다.
첫 매일춘추 원고를 써내려가던 3개월 전이 떠오른다. 내 안의 이야기들을 어떻게 풀어내면 좋을까, 뮤지컬을 그리고 딤프에 대한 나의 생각을 어떻게 전달하면 좋을까 그 생각 하나만으로 노트북 앞에 앉았던 날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코로나로 인해 아쉽고 또 아쉬운 마음들만 무수히 쏟아낸 건 아닌지 하는 뒤늦은 후회도 남는다. 하지만 모두에게 낯설기만 한 팬데믹의 나날들 속에서 어쩌면 당연한 내용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혹자는 우리가 기약도 없이 이 상황들을 안고 가야한다고도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 속에서 우리들만의 방식을 찾아야겠다. 바이러스가 끝이 없듯이 삶이 계속되는 한 사람과 문화의 관계에도 끝은 없다. 의식주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삶에 풍요를 안기는 것이 문화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아무것도 분명한 것이 없는 불확실의 시대에 서있다. 하지만 화려한 조명 아래에서 모두가 축배를 드는 딤프어워즈가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날이 속히 돌아올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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