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위기를 기회로' 만든 제주도…'코로나 시대' 맞춤 관광지

'카멜리아힐' 탁 트인 야외 정원…4·3평화공원 아픈 역사도 관광지로 승화
안전, 야외, 가족단위…해외 관광 단절에 여행객 늘어

코로나19 여파로 국외관광이 단절되면서 제주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제주의 탁 트인 해변가에서 관광을 즐기는 사람들. 전종훈 기자
코로나19 여파로 국외관광이 단절되면서 제주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제주의 탁 트인 해변가에서 관광을 즐기는 사람들. 전종훈 기자

코로나19로 국내외 여행업계가 얼어붙은 가운데 유일하게 관광업이 기지개를 켜는 곳이 바로 제주도다. 해외 관광이 단절되고 코로나19 확산이 타 지역에 비해 미미한 덕분에 관광객이 몰린다. 제주는 모든 관광객을 대상으로 철저한 방역수칙 준수를 요구하며, 안전한 관광지 조성에 힘쓰고 있다. 그들의 노력과 행동은 최악의 관광산업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만들고 있다.

◆코로나 속 여행트렌드 'SAFETY'

한국관광공사(사장 안영배)는 SKT의 T맵 교통데이터와 KT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코로나19 국내 발생시점인 올해 1월 20일부터 지난달 30일까지 총 21주간 국내 관광객의 이동 패턴 및 행동 변화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전반적인 관광활동에 '안전'이 최우선으로 고려됐고, 전국적으로 '집 근처 자연친화적 공간에서 가족과 함께 안전하게 야외 활동'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 또 '생활권역' 안에서 '일상'과 연계된 관광을 즐기는 이른바 '생활관광'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관광공사는 이같은 관광 활동 트렌드를 'S·A·F·E·T·Y(안전)'로 명명했다. ▷근거리(Short distance) ▷야외활동(Activity) ▷가족단위(Family) ▷자연친화(Eco-area) ▷인기 관광지(Tourist site) ▷관광수요 회복 조짐(Yet..)으로 정리했다. 마지막 Y에 해당하는 관광수요 회복은 관광에 대한 욕구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온전한 관광을 위한 수요 회복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아름다운 꽃을 보여 산책을 즐길 수 있는 제주 카멜리아힐은 코로나19 속에서도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전종훈 기자
아름다운 꽃을 보여 산책을 즐길 수 있는 제주 카멜리아힐은 코로나19 속에서도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전종훈 기자

◆동양 최대 동백 수목원 '카멜리아힐'

관광공사에서 국내 관광 패턴을 분석한 결과와 맞물려 제주에서는 야외 관광지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 중심에는 '카멜리아힐'이 있다. 탁 트인 정원에서 싱그러운 꽃내음을 맡으며 자신의 인생샷을 남길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은 30년쯤 된 동양 최대 동백 수목원이다. 세계 80개국 500여 품종 6천여 그루가 울창한 숲을 이룬다. 동백은 가을쯤부터 피기 시작하기 때문에 지금 수목원에는 푸른 잎의 동백나무를 배경으로 수국 등 제주 자생식물 250여 종이 각기 다른 모양의 꽃을 뽐낸다.

특히 6월은 '수국천하'다. 몽실몽실 새신부 부케 다발처럼 생긴 아름다운 수국을 배경으로 연인과 가족, 친구 등이 인생의 멋진 한 장면을 남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관광객들이 카멜리아힐 내부의 온실에 가득 핀 꽃들을 관람하고 있다. 전종훈 기자
관광객들이 카멜리아힐 내부의 온실에 가득 핀 꽃들을 관람하고 있다. 전종훈 기자

카멜리아힐은 테마별로 정원이 잘 정돈돼 있고 계절별로 피는 꽃에 대한 안내까지 잘 돼 있다. 관광객 동선을 고려한 안내표지판과 지명판, 동선표지판 등도 돋보인다.

경북 청송군은 현재 국내 최대 규모의 백일홍 정원을 조성 중이다. 올해 9월 말쯤 백일홍의 만개에 맞춰 이곳을 찾을 관광객 편의를 위해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제주4·3평화공원 내 전시실. 영상을 보는 관광객들이 양팔 간격을 유지하고 있다. 전종훈 기자
제주4·3평화공원 내 전시실. 영상을 보는 관광객들이 양팔 간격을 유지하고 있다. 전종훈 기자
제주 4·3사건 생존자 모습과 육성을 들을 수 있는 전시실. 전종훈 기자
제주 4·3사건 생존자 모습과 육성을 들을 수 있는 전시실. 전종훈 기자

◆역사가 관광 중심에 서다…제주 4·3평화공원

제주 4·3사건은 1947년 경찰 발포 사건을 기점으로 정부가 이념이 다른 무리를 소탕한다는 명분으로 무고한 주민들을 학살하고 그들의 삶을 송두리째 빼앗은 역사다. 제주도는 이런 아픈 상처를 기념하기 위해 재단을 만들고 기념관과 위령탑 등이 있는 4·3평화공원을 건립했다.

관광객들은 공원을 산책하며 4·3사건이란 역사를 되새겼다. 위령탑에서는 묵념을 하거나 머리를 숙이며 그들의 순고한 희생을 위로하기도 했다.

4·3평화공원에서 유일하게 실내공간인 전시실은 코로나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고 있었다. 별도의 개관 시간을 정한 뒤 소독과 발열검사, 인적 사항을 확인하며 입장객 수를 제한했다. 관람자들은 해설사 지시에 따라 양팔 간격 거리를 유지하며 관람했다. 이

곳은 4·3사건 사료가 시대 흐름 순으로 전시돼 있다. 전시실 곳곳에서 4·3사건으로 희생된 제주도민의 아픔이 묻어나 관람하는 내내 숙연한 마음이 들 정도다.

제주 4․3사건 희생자들의 사진으로 꾸며진 전시실 복도. 전종훈 기자
제주 4․3사건 희생자들의 사진으로 꾸며진 전시실 복도. 전종훈 기자

제주도민은 역사적 아픈 상처를 공감하고, 이를 모두에게 알리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했고 그 결과 '4·3희생자 추념일'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됐다. 이와 비교하면 항일의병 활동이 가장 활발했던 경북은 현재 기념일조차 챙기지 못할 정도로 역사의 외면을 거듭하고 있다. 올해 열린 4·3사건 추념일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4·3은 더 나은 세상을 향해 가는 미래 세대의 인권과 생명, 평화와 통합의 나침반"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담해안산책로와 한옥펜션

코로나 속 관광의 최우선 키워드는 야외다. 푸른 빛 해안가에 아름다운 카페가 있는 곳을 찾는다면 한담해안산책로를 추천한다.

코로나19로 실내보다는 야외 관광지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아름다운 카페가 즐비한 제주 한담해안산책로는 여행객들의 워너비 관광지 중 하나다. 전종훈 기자
코로나19로 실내보다는 야외 관광지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아름다운 카페가 즐비한 제주 한담해안산책로는 여행객들의 워너비 관광지 중 하나다. 전종훈 기자

관광객들이 투명 카약을 체험하며 제주바다를 즐기고 있다. 전종훈 기자
관광객들이 투명 카약을 체험하며 제주바다를 즐기고 있다. 전종훈 기자

제주에서 꽤 유명세를 떨치는 카페들이 즐비한 곳이자 다양한 수상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곳이 바로 한담해안산책로이다. 대부분 실내외를 모두 카페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반려견을 위한 공간도 마련돼 있다. 곳곳에 사진을 찍도록 벤치와 조형물, 조명 등을 비치해 '음료+인생샷'이 패키지인 곳이 많다.

요즘 제주도는 푸른 바닷가를 등진 숲 속 숙박시설이 인기다. 코로나 여파에 따른 것이기도 하지만 가족단위로 즐기는 관광객이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특히 옛 가옥을 재현하거나 조금만 손 본 뒤 숙박시설로 변신한 곳이 많다.

그 중 가장 주목받고 있는 곳이 바로 제주 솔 한옥펜션이다. 으리으리한 기와에 새파란 잔디밭, 아이들이 즐겁게 놀 수 있는 놀이시설까지 갖췄다. 숯불을 피워 바비큐도 즐길 수 있고, 잔잔한 클래식을 들으며 해먹에서 여유를 즐길 수 있다.

가격 또한 해안가보다 저렴한 편이다. 대부분 농어촌민박으로 등록돼 있어서 성수기와 비수기 모두 가격이 일정하고, 해안가의 비슷한 시설에 비해 절반 가격에 숙박할 수 있다.

제주 한옥펜션은 가족단위 나들이객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전종훈 기자
제주 한옥펜션은 가족단위 나들이객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전종훈 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