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단독] 주호영 "제1야당 홀대 말고 대구시 협치 배워라"

與 장악한 입법부가 靑·대통령 옹호…행정부 견제할 최소 권한 野에 줘야
박병석 국회의장 '원칙 강조' 기대감…한 해 세 차례 추경, 예측 능력 없다는 것 자인한 꼴
적자국채 112조, 후손들 재산 훔쳐…광주전남 더 다가가기 위해 당사 매각할 것
중앙정치에서는 대결해도 지방정부 차원에서는 협치 좋아…지방정치 배워야

25일 국회에 복귀한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매일신문과 단독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무성 객원 기자
25일 국회에 복귀한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매일신문과 단독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무성 객원 기자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9일 동안의 잠행을 마치고 25일 국회로 복귀했다. 녹록치 않은 거대 여당과의 원 구성 협상을 앞두고 있는 주 원내대표를 이날 오후 국회에서 만나 정국현안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한층 더 단단해진 모습으로 돌아온 주 원내대표는 여당과의 불꽃튀기는 투쟁을 예고했다.

Q. 산사(山寺)로의 잠행이 많은 화제를 뿌렸는데 미리 준비한 행보였나?
A. 협상을 거부하는 것도 고도의 협상전략이다. 지난 15일 원내대표직 사의를 밝히고 났더니 있을 곳이 마땅하지 않더라. 충남 아산 현충사와 국립대전현충원이 생각나서 그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현충사는 수적 열세를 딛고 승전을 거듭한 충무공 정신을 되새기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국립대전현충원은 군 복무 시절 친하게 지냈던 선배 장교의 묘가 있어서 근처를 들를 때마다 참배했던 곳이다. 현충원에 들러선 천안함 46용사와 이재수 전 국군기무사령관 묘역도 찾았다. 모두 가슴 아픈 사연을 품고 잠들어 계신 분들 아니냐! 그렇게 첫 일정을 시작한 이후로는 제 소재를 찾는 언론인들이 너무 많아서 그 분들과 거리를 두고자 움직인 것인데 결과적으로 잠행을 한 것처럼 보였다.

Q. 고명한 스님들의 말씀도 많이 들으셨을 텐데 어떤 고견을 주시던가?
A. 스님들은 정치적인 내용에 대해선 잘 모르신다. 주로 하신 말씀은 크게 세 가지였다. 첫째는 선현들의 가르침대로 '땅에서 넘어졌으면 그 땅을 딛고 일어나라'는 메시지였다. 곰곰이 그 말씀에 담긴 뜻을 되새겼다. 둘째는 '모든 답은 문제에 있으니 문제가 뭔지 잘 살펴보라'는 의견이었다. 세 번째는 '당신의 소신과 판단대로 끝까지 가라'는 응원의 말씀이 많았다. 이 밖에 무엇보다 건강을 잘 챙기라는 당부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이른바 이번 잠행은 제가 책임지고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으니 책임을 지는 방법이었고 협상의 한 방법이기도 했다.

Q. 여당을 상대로 '싹쓸이 방기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데?
A. 정확하게 우리의 뜻을 표현하면 '여당이 우리 없이도 다 할 수 있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으니 그럼 멋대로 하라'다. 더불어민주당은 지금 '과거 민주당이 통합당보다 원내소수였음에도 법제사법위원장을 민주당이 차지한 이유는 통합당 혼자서는 국회를 끌고 갈 수 없었기 때문에 피치 못하게 민주당에 법제사법위원장을 준 것이지만 민주당이 176석을 가진 현 상황에서는 당신들 없이도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가 왜 법제사법위원장을 주겠느냐!'는 입장이다. 그러니 우리는 '멋대로 하라'고 대응할 수밖에 없다. 당론은 소속 의원들의 2/3 이상 찬성을 얻어야 하는데 그 과정을 거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의원총회에서 이 같은 방침에 반대가 없었다. 아울러 상임위원장이 될 당내 3선 의원들이 상임위원장 포기 의사를 밝힌 것도 의미가 크다.

Q. 여당이 오늘도 엄포를 놨는데 전 상임위원장 독식을 강행할 것으로 보나?
A.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여당과 야당이 각각 상임위원장을 11:7로 나눠가져야 한다는 입장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특히 박 의장이 법제사법위원장(법사위원장)과 예산결산특별위원장(예결위원장)을 한 정당이 차지하면 안 된다는 원칙을 강조하고 있어 여당의 뜻대로 되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여당 원내지도부는 오늘도 국회의장을 방문해 전 상임위원장을 뽑아달라고 요청하고 갔다고 한다. 제3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을 단독으로 처리해야 하는 입장이니 그랬을 것이다. 여당 내 일각에서는 통합당에 예결위원장을 주면 추경안 처리가 힘드니 일단 전 상임위원장을 한시적으로 차지했다가 추경안을 처리한 후 통합당에 다시 돌려주는 안도 논의되고 있다고 한다. 극단적인 방법이지만 지금의 여당이라면 시도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Q. 원내 다수당이 전 상임위원장을 차지하는 미국식 모델을 얘기하는 분들도 있는데?
A. 우리 정치현실에 맞지 않다. 기본적으로 미국 방식을 적용하려면 4·15 총선 전에 원 구성을 미국식으로 할 것이라고 국민들에게 예고를 했어야 했다. 그래야 국민들이 예측 가능한 상황에서 자신의 표를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미국에서만 운용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에선 절차적 민주화 이후 미국식 방식을 채택한 전례가 없다. 세계에서도 찾기 힘든 의회운용 방식이다. 세 번째는 미국은 의원 개개인의 자유투표가 활발한 나라지만 우리나라는 '당론'을 어겼다는 이유로 소속의원이 징계를 받는 나라다. 다수결(과반의석)이라는 이름으로 민주주의를 파괴할 가능성이 농후해 적용하기 어렵다.

Q. 법사위원장을 어느 정당이 차지하느냐를 두고 힘겨루기가 계속되고 있다. 야당이 왜 법사위원장을 차지해야 하나?
A. 헌법은 삼권분립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행정부 권한이 절대적으로 강하다. 그래서 입법부가 행정부를 잘 견제해야 한다. 그런데 여당은 지금 행정부를 견제하기보다 '앞잡이'가 돼 청와대와 대통령을 옹호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견제해야 하는 사람이 국회의장이다. 그런데 국회의장을 여당이 차지했으니 야당이 여당과 행정부 견제를 위한 최소한의 권한을 가진 법사위원장을 맡는 것이 순리다. 국회를 이렇게 구성하지 않으면 행정부와의 관계에서도 소금(견제)의 역할(맛)을 하지 못하게 된다.

Q. 여당이 청와대가 요구한 제3차 추경안 처리를 위해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는데?
A. 추경은 천재지변 등 아주 예외적인 경우에 수립하는 것이다. 그런데 한 해에 세 차례 추경을 추진한다는 것은 행정부가 예측능력이 전혀 없다는 점을 자인하는 꼴이다. 아울러 올해 추경을 하면서 적자국채를 112조원이나 발행했다. 우리 자식들에게 빚을 지우고 후손들의 재산을 훔쳐 쓰는 행위다. 정부가 전반적으로 아주 나쁜 추경을 추진하고 있지만 기업들에게 정책자금을 제공하는 금융기관에 대한 지원과 실직자에 대한 고용지원 방안을 담은 내용도 있으니 잘 들여다봐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여당이 도움의 손을 내밀지 여부를 알 수 없으니 지금은 할 말이 많지 않다.

Q. 지난 2일 매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여권의 협치 주장은 허울일 뿐 제1야당을 들러리로 세우고 있다'는 주장을 하셨는데, 지금도 같은 생각인가?
A. 여당이 현직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한 말(상생과 협치)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야당을 대하고 있으니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오히려 더 강화됐다. 저는 청와대와 여당이 짜고 치는 방식으로 야당을 홀대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 여당이 대통령의 말을 듣지 않는다면 집권후반기 권력누수 현상(레임덕)이 나타나고 있다고 봐야 하지 않나!

Q.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중앙당사 마련과 당명변경 등 당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을 예고하고 있는데?
A. 비상대책위원장께서 중앙당 당사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고 있다. 시도당 당사를 정비해 재원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지금 광주전남 당사 매각이 우선적으로 고려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 곳은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 시위대의 목표가 된 곳이다. 광주전남 지역민들에게 우리가 다가서기 위해서 이런 당사를 계속 갖고 있으면 되겠나? 아울러 대구경북 시도당 당사도 여러 가지로 활용효율을 높이는 고민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저금리 상황 등을 고려하면 중앙당 당사를 보유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명과 관련해선 약칭(미통당)에 대한 불만도 있고 당의 지향하는 가치를 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기 때문에 변경을 추진할 것으로 본다. 새한나라당, 대한당 등의 제안이 나오는데 공모절차를 거쳐 결정될 것이다.

Q. 대구시장이 민주당 소속인 홍의락 전 국회의원을 부시장으로 영입하려는 협치를 시도하고 있는데?
A. 바람직한 현상이다. 대구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힘을 합치는 것이 좋다. 특히 민주당 중앙당이 지역의 야당과 협력하려는 대구시의 행정을 배웠으면 좋겠다.

Q.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이전작업이 순탄치 않은데?
A. 주민투표를 포함해 이전과정 준비가 꼼꼼하지 못 했다. 지역 지도자들이 역량을 발휘해야 하는 상황이다. 뒤 늦은 얘기지만 유치신청지역을 상대로 투표를 했어야 했다.

Q. 주호영 원내대표가 강성으로 변했다는 얘기가 많은데?
A. 제 성향의 문제는 아니고 제 역할에 충실하다 보니 그런 소리를 듣는 게 아닌가 싶다. 위기가 오면 제1야당 대표는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강인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따르는 분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 여당이 협치로 나오면 또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다.

Q. 통합당이 연일 독한 야당이 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A. 한미동맹이 흔들리고 있고 여권이 장밋빛 청사진만 제시했던 남북 관계가 파탄지경이다. 남북연락사무소가 폭파됐다. 대한민국의 자존심이 폭파된 것이다. 경제사정도 이루말 할 수 없을 정도로 피폐해 있다. 이런 상황을 제1야당이 좌시할 수는 없지 않은가! 문재인 정부의 대북 유화정책은 사기극이자 분식 평화였다. 경제위기를 코로나19 탓으로만 돌리는 정권의 행태도 확실하게 파헤치겠다. 북미 및 남북회담, 위안부 협상파기 과정·정의기억연대 운용에 대한 국정조사를 추진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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