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달서구 '맨홀 사고'…"안전장비 착용 여부 확인 안돼"

청소 중 근로자 4명 질식. 2명 사망…1명 안 나오자 구하러 갔다 참변
경찰, 국과수와 합동으로 현장 감식 실시…결과는 1주일 뒤에
소방당국, "구조 당시 작업자 4명 긴 장화만 신고 있어"

맨홀 청소 작업 중 유독가스에 질식돼 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대구 달서구 한 자원재활용업체에서 28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경찰 등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맨홀 청소 작업 중 유독가스에 질식돼 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대구 달서구 한 자원재활용업체에서 28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경찰 등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27일 오후 5시 42분쯤 대구 달서구 갈산동의 한 자원재활용업체에서 맨홀을 청소하던 근로자 5명 중 4명이 가스 중독으로 쓰러졌다. 작업자 4명 중 2명은 숨지고 1명은 의식 불명, 1명은 의식을 회복한 상태다. 그러나 정확한 사고 원인은 미스터리다. 원인 규명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등 관계기관이 사태 파악에 나섰다.

28일 오후 2시쯤 대구경찰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합동으로 현장 감식을 실시했다. 이날 현장 감식에는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중앙사고조사단과 대구지방고용노동청 근로감독관, 달서구청 청소과 관계자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우선 사고 발생 지점의 공기를 포집했다. 사고 발생 지점인 맨홀은 가로 2.1m, 세로 1.3m, 깊이 2m로 동시에 성인 2명이 들어갈 수 있는 크기다. 사고 당시에도 근로자 1명이 내려간 뒤 나오지 않아 2명이 상황 파악을 위해 들어갔고, 2명 역시 나오지 않자 또 다시 1명이 들어갔다가 모두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맨홀은 젖은 폐지의 찌꺼기 등이 모이는 곳으로 보통 6개월마다 한 번씩 청소 작업이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엄홍수 대구경찰청 과학수사대장은 "현장에서 근로자들이 순차적으로 쓰러졌다는 진술을 감안할 때 유독가스 중독과 저산소에 의한 질식 등에 가능성을 두고 있다"며 "정확한 감식 결과는 일주일 뒤쯤 나올 것"이라고 했다.

사고 당시 안전 관리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등도 별도로 현장 점검을 실시했다. 산소 결핍이나 유해가스 등 질식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맨홀 내부는 산업안전보건법 적용 대상이다. 특히 이번 사고에서도 유독가스인 황화수소, 포스핀, 이산화질소 등이 근로자들의 호흡과 신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중앙사고조사단 관계자는 "맨홀에 작업하러 들어가기 전에 산소 농도를 측정해야 하는 등 산업안전보건법 619조 등 안전 관련 규정이 있다"며 "사고 당시 이 규정을 지키지 않은 채로 작업을 진행했는지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자원재활용업체 관계자는 "보통 맨홀 청소를 하러 들어갈 때는 반드시 유해농도 측정을 한 뒤 장비를 쓰고 들어간다"며 "그렇지 않으면 오폐수물에서 나오는 가스 때문에 질식할 수 있어 위험하다"고 했다.

소방당국은 "구조 당시 작업자 4명이 긴 장화만 신고 있었고 안전 마스크 등 별도의 안전 장비 착용 여부는 현장에서 확인된 바가 없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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