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홍수로 세상이 물에 잠기고 50여 일이 지난 어느 날 노아의 방주에 비둘기가 날아들었다. 노아가 날려보낸 비둘기였는데 올리브 잎을 물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노아는 세상에 하느님의 축복과 평화가 다시 찾아왔음을 알아차린다. 이처럼 서구권에서 비둘기는 평화의 상징이다. 2차대전 직후 연합군이 추축군 처리를 위해 회의를 열면서 공문서 등에 사용한 심벌도 비둘기였다.
평화적 수단으로 국가 간 갈등을 해결하자는 사람들을 '비둘기파'(The Doves)라고 부른다. 비둘기파의 대척점에 있는 사람들 즉, 주전파는 '매파'(The Hawks)라고 불린다. 매가 주전파의 상징이 된 것은 1812년 미국 버지니아주 하원의원 존 랠프가 의회 내 주전파를 '전쟁 매'(War Hawk)라고 부른 것이 연원이 됐다.
비둘기도 아니고 매도 아닌, 요상한 생명체도 있다. '치킨 호크'(Chicken hawk)다. 영어권에서 치킨은 겁 많은 사람을 뜻하니 '매 흉내 내는 겁쟁이 닭'이라고 번역할 수 있겠다. 치킨 호크는 군대 복무를 하지 않았거나 전시 상황을 고의로 회피했으면서도, 전쟁을 비롯한 극단적 군사 활동에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미국의 정치권 용어다. 경상도에서 많이 쓰이는 '구들목 장군'쯤 되겠다.
대표적인 치킨 호크로 꼽히는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낸 회고록으로 세상이 시끄럽다. 북한 선제 공격론자로 잘 알려진 그는 UN 회의에서 미국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중국과 전면전을 해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의 초강경론자다. 전쟁이란 말을 입에 달고 다니지만 정작 그는 전장을 피한 겁쟁이다. 베트남 전쟁을 지지했지만 1969년 베트남 징집 명령이 예상되자 메릴랜드 주방위군에 자원 입대하는 수법을 통해 '안전한' 미국 내에서 복무하는 요령을 피웠다.
문제는 미국 내에는 볼턴 같은 치킨 호크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미국 공화당 보수주의자를 일컫는 '네오콘'들 중에는 치킨 호크들이 부지기수다. 북한의 위협에 가장 가까이 그리고 노출돼 있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참으로 우려스러운 존재들이 아닐 수 없다. 전쟁의 참혹상을 경험한 이들은 전역 후 평화주의자가 된다. 군대도 안 간 '내로남불형' 치킨 호크들이 앞줄에서 전쟁 운운하는 것 자체가 가당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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