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 부동산 정책도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장현우(법무법인 두우 변호사)
장현우(법무법인 두우 변호사)

어렸을 적 놀이터에서 모래집을 지으면서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집 다오"라고 노래를 부르며 놀았었다. 새집을 달라는 이유도 모르고 그냥 아이들과 함께 따라 불렀다. 그 새집 마련이 최근 왜 이리 힘들게 되었는지 그 당시 노래가 문득 떠오른다. 서민들의 꿈은 내 몸을 뉠 수 있는 나만의 집을 갖는 것이다. 평생의 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독주택이 주된 거주 수단이었던 시절, 집 앞에 이름을 새긴 문패를 다는 것은 꿈이고 집안 행사였다.

꿈이자 동요의 대상이었던 부동산에 시장 왜곡이 발생하고, 서민들의 거주가 불안정해지자 현 정부 정책의 주된 대상이 됐다. 정부 출범 후 3년 동안 21번의 부동산 대책이라고 하니 참 많이도 했구나 싶다.

대한민국은 고유의 '전세'라는 제도를 가지고 있다. 집주인에게 목돈을 맡기면 집을 빌려주는 우리만의 독특한 제도이다. 최근 반 전세, 월세가 증가하고 있지만 전세가 우리에게는 비중이 크다. 하지만 전세가격이 상승해 주택가격과의 차이가 좁혀지고, 상대적으로 시가의 20~30% 적은 돈으로 전세 보증금을 안고 주택을 구입하는 이른바 갭 투자가 태동해 시장에서 유행하게 된 것이다.

전세(임대차)제도는 서민들에게 낮은 비용으로 안정적인 주거를 제공하는 장점이 있지만 반면에 갭 투자에 악용될 수도 있다는 것을 최근 여러 사례에서 보여 주고 있다. 편리함과 독창적인 전세제도가 갭 투자로 인해 부동산 시장을 왜곡하는 통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하자 정부와 국회는 임대차보호 3법이라는 강력한 정책적 수단을 들고 나왔다. 기존의 주택임대차보호법상이 임차인 보호에 추가해 전월세 거래신고제, 세입자가 원하는 기간 동안 거주할 수 있는 계약갱신청구권, 임대료 인상을 일정 비율로 제한하는 전월세 상한제 등이 주로 언급되고 있다. 개인의 사유 재산에 대한 과도한 침해라는 반론 등 현재 장점과 단점에 대한 다양한 논의들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전세 제도 자체가 우리만의 고유한 제도이다 보니 전 세계의 주거 안정을 위한 케이스와 비교해 대책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한국은행의 최근 금융안전보고서(2020년 6월)에 의하면, 우리나라 가계·기업의 빚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국내총생산(GDP)의 두 배를 넘었다. GDP 대비 민간 신용 비율은 201.1%로 처음으로 200%를 돌파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결과라고 보여지나 결과적으로 소득인 GDP는 하락세인데 가계와 기업의 빚은 늘어나고 있다.

더군다나 전세보증금은 개인 간 거래여서 은행을 통하지 않는 경우 정부의 가계부채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숨은 가계 빚이 대규모로 있는 것이다. 작년 말 기준 750조원에서 80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집주인이 전세를 놓는 경우 사실상 빚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고 새로운 신용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반복적인 갭 투자의 유혹에 빠지게 되는 셈이다. 집주인의 보증금 부채를 금융 부채로 평가해 관리해야 부동산 시장의 유동성이라는 거품을 제거하고 진정한 안정이 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부동산 시장에 코로나 불황으로 인한 저금리로 대규모 유동성이 공급되는 상황에서 이를 막기 위한 정부의 대책은 결국 땜질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시장에 전세를 안고 여러 주택을 구입하는 투기 사례를 막기 위해서는 집주인인 임대인의 보증금 부채를 차등적이고 다양한 방법으로 민간 부문의 금융 부채로 평가해 관리해야 한다. 넘쳐나는 유동성 관리가 부동산 시장의 기본에 충실한 장기 대책이라 생각한다.

정부뿐만 아니라 무주택자, 1주택자 등 실수요자들도 조급해 하지 말아야 한다. 조급한 마음에 내린 결정은 시장을 왜곡하게 되고, 결국 투기에 이용당하고 말 것이다.

경제에서 심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최근 주식시장에서 동학개미라고 불리는 세력들이 지수 하락 후 상승이라는 이전의 경험에서 코로나로 인한 폭락장의 큰 하락과 붕괴를 막았다.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집고 빠른 안정을 가져온 사례이고, 심리전에서 승리한 것이라고 일단 평가하고자 한다.

부동산 시장 참여자의 심리는 신중하게 결정된 정부 정책을 유지하고,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의 기본과 원리를 준수할 때 유지된다. 무조건 수요를 차단하고 공급을 조정하며 가격을 억누르는 정책과 결정만으로는 투기와 시장과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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