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중기의 필름통] 코로나19 개봉작 중 유일 100만 돌파…영화 '살아있다'

영화 '#살아있다' 스틸컷
영화 '#살아있다' 스틸컷

4개월 만에 관객 100만 돌파 영화가 나왔다.

'#살아있다'(감독 조일형)가 1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119만4천989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월 23일 코로나19로 인한 국가 감염병 위기 경보수준이 '심각' 단계로 격상된 이후 개봉작 중 100만 관객을 넘긴 건 처음이다.

'#살아있다'가 무서운 흥행세를 타는 가운데 '부산행'의 4년 후를 그린 '반도'(감독 연상호)가 15일 가세한다. K-좀비가 코로나19로 죽어가던 극장가를 살리고 있는 것이다.

유아인, 박신혜 주연의 '#살아있다'는 좀비가 사람들을 공격을 시작하는 가운데 데이터, 와이파이, 문자, 전화 모든 것이 끊긴 채 홀로 아파트에 고립된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생존 스릴러. 통상 미국 좀비 영화들이 거대한 스케일로 무장한 것과 달리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아파트를 배경으로 한국적으로 풀어내 신선함을 더했다.

또 시각, 후각, 청각이 똑같은 좀비가 아니라 각자 생전에 가지고 있던 습관과 특기를 활용해 인간을 끊임없이 공격한다는 설정이 극적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현대무용가 예효승씨의 안무로 완성된 좀비들의 몸동작도 주목을 끌고 있다. 초기와 중기, 말기 증상의 단계별로 움직임에 차별화를 뒀다. 현대무용과 발레 경험이 있는 배우들을 캐스팅해 촬영 한 달 전부터 체계적인 트레이닝 과정을 거쳤다고 한다.

'#살아있다'가 고립된 인간의 생존에 포커스를 맞췄다면, 15일 개봉하는 '반도'는 블록버스터 좀비 영화로 장르적 쾌감을 극대화시킬 전망이다.

'부산행' 이후 4년, 대한민국은 폐허가 되고 남겨진 자들은 좀비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반도'는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최초로 지구멸망 이후 세계관을 다룬다. '부산행'이 달리는 KTX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였다면 '반도'는 항구, 도심 등 드넓은 공간으로 이야기를 확장했다.

영화 '#살아있다' 스틸컷
영화 '#살아있다' 스틸컷

K-좀비의 탄생은 연상호 감독의 고집스런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2016년 애니메이션 '서울역'은 '부산행'의 프리퀄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노숙자와 성매매여성 등 서울역 인근에 기거하는 인간들의 군상을 좀비와 대결시키면서 한국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상징적으로 비유했다.

이후 '부산행'이 공개되면서 한국형 좀비는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됐다. '부산행'은 160여 개국에서 K-좀비 열풍을 일으켰고, 온라인 콘텐츠 서비스인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면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았다.

이전에도 한국영화에서 좀비는 여러 차례 실험됐다. '이웃집 좀비'(2009), '미스터 좀비'(2010) 등이 나왔지만 저예산 영화로 만들어져 유치함만 드러냈을 뿐이었다. 미국 좀비물에 비하면 분장이나 액션, 스토리 등이 부족한 B급. 특히 한국적인 차별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부산행'은 K-좀비의 신호탄과 같은 영화였다. 설정과 스토리, 분장과 특수효과 등을 A급 수준으로 올려놓았다.

'반도'는 올해 칸국제영화제 공식 초청되면서 K-좀비의 진가를 확인한데 이어 개봉 전 이미 185개국에 선 판매돼 글로벌 프로젝트의 존재감을 보였다. 대만과 싱가포르를 비롯해 홍콩,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일본 등 아시아는 물론이고, 영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러시아 등 유럽과 북미와 남미, 중동 등 전 세계에 K-좀비가 상영된다.

특히 '부산행'이 인기를 끌었던 대만과 홍콩은 한국과 같은 15일 개봉되며 16일에는 말레이시아가 개봉을 확정했다.

'반도'는 지금껏 한국 영화에서 본 적 없는 총 20분 규모의 속도감 넘치는 카체이싱 액션이 다양한 특수관에서 더욱 실감나게 표현되어 올여름 무더위를 날려줄 것으로 기대된다.

워낙 사운드와 시각적 효과가 도드라지는 영화라 관객의 입맛에 맞게 다양한 버전으로의 상영을 확정했다. IMAX관에서는 압도적인 몰입감과 시각적 즐거움을, ScreenX관에서는 좌, 우 벽면까지 확대한 3면의 스크린을 통해 입체적인 액션과 사방에서 다가오는 좀비들을 더욱 실감나게 그려낸다. 또 4DX는 폐허의 땅 한가운데에 있는 체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코로나19로 '만신창이'(?)가 된 극장가를 K-좀비가 살려내고 있다. 역병을 역병으로 이겨내는 모양새가 아이러니하다.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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