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리쇼어링’을 시키려면 정책 기조부터 바꿔라!

서민교 대구대학교 무역학과 교수

서민교 대구대학교 무역학과 교수
서민교 대구대학교 무역학과 교수

코로나19가 촉발한 글로벌 공급망의 붕괴는 '리쇼어링'(reshoring)을 세계적 이슈로 부각시켰다. 각국은 리쇼어링을 이용한 고용 창출과 경제성장을 도모함으로써 코로나19가 유발시킨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지렛대로 활용하려 하고 있다.

리쇼어링은 싼 인건비나 큰 시장을 찾아 외국으로 생산 기지를 옮기는 '오프쇼어링'(offshoring)의 반대말로 해외로 나간 자국 기업을 본국으로 불러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에서는 '유턴 투자'라는 용어도 사용되고 있다.

미국과 일본 등 세계 각국 정부는 해외에 진출한 자국 기업을 다시 데려오기 위한 '리쇼어링 전쟁'을 벌이고 있다. 단순히 보조금 지급에 그치지 않고, 세금 인하와 노동 개혁, 최저임금 인하 등 전방위적인 유인책으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올인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 일본과 달리 별도의 독립된 '유턴기업 지원법'을 제정해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 리쇼어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5월 10일 대국민 연설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과감한 리쇼어링으로 제조업 부흥과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최근 지방자치단체들도 해외 투자 기업을 국내로 불러들이기 위한 '리쇼어링'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 기업 지원을 위한 조례를 개정하거나 제도 개선은 물론 막대한 보조금까지 투입해 공격적인 유치 전략을 펴고 있다.

특히 최근 대구시가 국내 복귀 희망 기업을 대상으로 발표한 '대구형 리쇼어링' 인센티브 패키지 방안은 파격적이고도 획기적인 제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런 우리 정부나 지자체의 리쇼어링 노력에도 불구하고 다른 나라에 비해 실제 리쇼어링 사례는 매우 부진하다. 2010년 이후 9년 동안 3천327개 기업이 국내로 복귀한 미국에 비해 '유턴지원법'이 시행된 2013년 12월 이후 국내로 복귀한 기업은 70여 개에 불과하다. 문제는 앞으로도 크게 개선될 가능성이 별로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작년 말 필자는 청와대 담당자로부터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 그동안 몇 편의 리쇼어링에 대한 논문을 발표한 필자를 이 분야의 전문가라고 생각해 리쇼어링 활성화에 대한 자문을 받기 위해서였다.

필자는 정말 리쇼어링을 시키려면, 먼저 정책 기조부터 바꾸라고 단호하게 한마디 한 적이 있다. 기업은 본능적으로 이익을 추구하는 조직이다. 돈이 되면 오지 말라고 해도 리쇼어링하게 돼 있다.

따라서 기업이 입지를 선정할 때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우선이고 인센티브는 부차적인 것에 불과하므로 친기업적 환경 조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인센티브는 모든 유치 희망지에서 제공하고 있으며 그 내용도 대동소이하기 때문에 투자 입지를 선택할 때 결정적인 요인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최근 최저임금주 52시간 근무제노동시장의 경직성법인세 인상 등 현 정부의 정책 기조를 보면 리쇼어링은커녕 현재 국내에 있는 기업들도 해외로 몰아낼까 걱정이다. 세상을 단순하게 이분법으로 나누어 기업은 노동자를 착취하는 자기 이익만 추구하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마저 든다.

과거의 지나치게 친기업적인 접근도 문제지만 너무 친노동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도 문제다. 대구시의 리쇼어링을 촉진하기 위한 획기적인 제안을 높이 평가하면서, 보다 근본적인 정부의 정책 기조 변화를 통해 리쇼어링을 활용한 경제위기 극복을 기대해 본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