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가 장기 미집행 공원 조성사업 실행 여파로 막대한 재정 부담을 떠안게 됐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는 지난해 8월 일몰 대상 공원을 지켜내겠다며 4천400억원에 이르는 지방채를 포함한 4천846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수용 부지 공시지가의 3~4배를 근거로 했다. 이중 1천800억원은 이미 일부 땅을 협의매수하는 데 썼다. 나머지 3천억원의 예산으로 남은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 앞으로 보상금을 주고 수용해야 하는 사유지만 238만315㎡에 이르고, 수용한 부지에 계획된 각종 시설까지 설치해야 한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와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당초 대구시 예산보다 최대 2천~3천억원의 추가 비용이 필요할 가능성이 크다"고 추산했다.
매일신문 기획탐사팀은 대구시의 도시계획 시설사업 실시계획서와 편입토지조서를 전수 분석, 두 차례에 걸쳐 장기 미집행 공원 조성사업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해봤다.
◆ 범어공원에만 '1천600억원'
대구시가 지난해 8월'장기 미집행 공원 해소를 위한 대구시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내놓은 대책은 크게 두 가지였다.
먼저 상대적으로 매입이 시급한 20개 도심공원 중 16곳에 대해서는 소유주에게 보상금을 주고 토지를 수용, 공원 시설을 조성하는 '도시계획 시설사업'을 벌이기로 했다. 공원으로 지정한 뒤 조성은 이뤄지지 않았던 탓에 일몰제가 도입된 만큼 공원을 실제로 조성한다면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었다.
반면 4곳(범어·학산·침산·두류공원)에 대해서는 시가 지주에게 땅을 직접 구입하는 '협의매수'와 공원 시설을 조성하는 '도시계획 시설사업'을 병행하는 전략을 내놨다.
두 가지 대책 중 대구시에 더 부담이 됐던 쪽은 협의매수였다. 시설사업과 달리 행정기관의 강제수용이 불가능한 탓에 토지 매각 여부의 주도권이 소유주에게 있기 때문이다. 소유주가 감정가에 판매를 거부한다면 강요할 수 없었다.
특히 도로를 끼고 있거나, 지목이 전·답·대지여서 개발이 용이한 부지는 매수가 쉽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일몰제가 시행된 이달 1일 기준으로 협의매수 대상지 70만4천751㎡ 중 62만6천69㎡를 사들였고, 1천800억원이 넘는 거액이 투입됐다. 이 돈을 들여 대구시가 매입한 부지는 전체 대상 519만2천여㎡ 중 약 12%에 불과하지만 전체 예산의 37.2%나 투입됐다.
특히 도심 요지에 있는 데다 주변 지가도 높았던 범어공원 내 부지 39만4천여㎡를 사들이는 데만 전체 예산의 1천600억원이 넘는 거액이 들었다. 도로를 끼고 있거나 개발이 용이한 부지에 대해서는 천문학적인 감정가가 나오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같은 공원이라도 일부 부지는 협의매수가 아닌 시설사업을 진행, 강제수용을 예고하면서 특혜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 장기미집행공원조성추진단 관계자는 "범어공원은 민간 업자들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고, 만약 개발이 진행될 경우 인근 도로를 넓히는 등의 과정에서 지역사회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도 있었다. 애초 범어공원에 배정한 예산만 1천400억원에 달했던 만큼 '선방'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 남은 예산은 3천억원
하지만 장기 미집행 공원 조성사업은 아직 절반조차 끝나지 않았다.
매일신문 기획탐사팀이 대구시가 공고한 '장기 미집행 공원 조성사업 실시계획 인가고시'와 첨부된 '편입토지조서'를 전수 분석한 결과, 시가 앞으로 보상금을 주고 수용해야 하는 사유지만 모두 합해 238만315㎡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앞산공원이 62만6천880㎡로 가장 많았고, 장기공원 33만9천466㎡, 학산공원 35만2천373㎡, 두류공원 19만8천332㎡ 등 순이었다.
4개 공원 62만6천69㎡를 사들이는 데만 1천800억원을 썼는데, 해당 부지와 비교해 4배 가까운 규모의 땅을 3천억원으로 보상하고 공원 조성공사까지 벌여야 하는 상황이다.
실제 취재진이 토지 소유주와 부동산 업계, 도시계획 관련 전문가들을 취재한 결과 지목이 활용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임야'이거나 도로가 없는 맹지의 경우 감정가가 공시지가의 3~4배 수준으로 나올 수 있지만, 전·답·대지 등 다른 지목이거나 도로와 인접해 있는 땅의 경우 최대 10배 이상의 보상금이 필요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대구시가 보상해야 하는 사유지 238만315㎡ 중 91.5%인 217만9천156㎡는 지목이 임야다. 바꿔 말하면 8.5%는 전·답·대지·묘지 등 보상금이 공시지가보다 훨씬 높아질 가능성이 큰 땅이라는 이야기다. 여기에 산책로와 광장, 주차장 등 공원 조성계획에 포함된 시설 공사비용까지 감당해야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도시계획 전문가는 "지목이 '전(田)'인 앞산공원 한 부지의 경우 현 공시지가가 1㎡ 당 5만원도 되지 않지만 3년 전 감정가를 받았을 때 10배 수준인 52만원 가량이 나왔다. 맹지 수준 임야가 아니라면 공시지가의 3.5배로는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며 "평균적으로 공시지가의 약 5배 수준으로 보상하게 될 것으로 보고있다. 이 경우 기존 예산에 비해 약 2천~3천억원의 비용이 더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 정기미집행공원추진단 관계자는 "전·답·대지 등은 이미 공시지가가 어느 정도 현실화돼 있어 폭증할 가능성은 적다. 실제로 공탁이 완료된 범어공원 1단계 사업을 보면, 예상대로 공시지가의 3.5배 수준에서 마무리됐다"면서 "다만 임야는 저평가로 인해 감정가가 보다 높아질 수 있지만, 원래부터 공시지가가 싼 만큼 보상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 부족분은 또 '지방채' 메꾸나
예산 부족이 현실화되면 결국 대구시가 추가로 지방채를 발행할 수 밖에 없다. 도심 녹지를 지킨다는 명분 아래 또 다시 시민들이 빚을 지게 되는 셈이다.
한 도시계획 전문가는 "실시계획 인가가 나온 시점에서 5년 안에 보상을 하면 되는데, 예산이 모자라면 5년 동안 지속적으로 추경 예산을 수천억원씩 편성해야 한다. 그러나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은 대구시 재정으로 이를 감당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은 또 다른 지방채를 발행해 예산을 메꿀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대구시는 추가 예산이 필요할 경우에 대비한 재원 마련 계획이 없는 실정이다.
대구시 장기미집행공원조성추진단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예산 편성이 어려운 상황에서 정확한 금액 계상도 되지 않은 채 미리 추가 재원을 구상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예산이 어느 정도 소진된 후에 부족하면 그때 가서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기획탐사팀 = 홍준헌·김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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