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아버지는 오밤중에/ 취해서 널브러진 색시를 업고 들어왔다/ 어머니는 입을 꾹 다문 채 술국을 끓이고/ 할머니는 집안이 망했다고 종주먹질을 해댔지만,/ (중략)// 아버지를 증오하면서 나는 자랐다/ 아버지가 하는 일은 결코 하지 않겠노라고/ 이것이 내 평생의 좌우명이 되었다/ (중략) 그리고 이제 나도/ 아버지가 중풍으로 쓰러진 나이를 넘었지만, // 나는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한 일이 없다/ (중략)/ 나는 늘 당당하고 떳떳했는데 문득/ 거울을 쳐다보다가 놀란다, 나는 간 곳이 없고/ 나약하고 소심해진 아버지만이 있어서, / (중략)/ 그 거울 속에는 인사동에서도 종로에서도/ 제대로 기 한번 못 펴고 큰 소리 한번 못 치는/ 늙고 초라한 아버지만이 있다.'
신경림의 시 '아버지의 그늘' 중 일부다. 이 시의 주인공은 아버지를 증오하면서 평생을 살았지만 어느 날 거울을 통해 아버지를 빼닮은 자신을 만나게 된다.
'욕(辱)하면서 닮아간다'는 정치권의 법칙을 더불어민주당이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국회 17개 상임위원장을 독식(獨食)하고 3차 추경안 통과를 밀어붙이는 민주당에게서 박정희 유신·전두환 군부 독재(獨裁) 냄새가 물씬 풍기기 때문이다. 대학 시절 반(反)독재 투쟁에 앞장섰던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대거 포진한 민주당이 왜 그렇게도 욕했던 유신·군부 독재를 닮아가는지 정말 아이러니하다.
문재인 정권은 앞선 보수 정권들을 적폐·농단·독재 굴레를 씌워 단죄(斷罪)했다. 그랬던 문 정권 자신이 새로운 적폐·농단·독재의 주범(主犯)이 되고 말았다. 조국·윤미향 사태, 울산시장 선거 개입, 청와대 감찰 무마, 역사 왜곡 금지법, 대북 전단 처벌법 등에 이어 일당 독재의 문을 연 것까지 신(新)적폐·농단·독재 3종 세트를 국민에게 선물(?)했다. 역사는 돌고 돈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176석이란 절대 의석을 무기로 문 정권은 더 폭주할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 찍어내기', '한명숙 구하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숱한 정권 비리 덮기 등에 광분할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한국, 북한, 중국에서 나란히 독재가 갈수록 심해진다는 것이다. 유대가 돈독한 세 나라 지도자들이 닮은 점 하나를 분명하게 공유하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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