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귀한 삶이었습니다. 경건한 마음으로 정중히 정성껏 모시겠습니다."
3일 대구 수성구 명복공원에서 만난 강병덕 장제원은 "매일 구슬픈 곡성과 한 분 한 분 애틋한 사연을 안고 떠나는 이별의 슬픔을 지켜본다"며 이같이 말했다.
강병덕 씨는 지난 2015년 1월 5일부터 대구명복공원에서 장제원 일을 시작했다. 명복공원에서는 장례를 주관하고 화장 등의 업무를 하는 장례지도사의 호칭을 장제원이라고 부른다. 30여 전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동산 관광호텔의 총지배인까지 맡았던 그는 호텔이 문을 닫게 되면서 일자리를 잃었다. 이후 13년간 재래시장에서 족발 장사를 해왔지만 수년 전부터 부인의 건강이 나빠졌고, 강 씨는 장사를 그만두었다. 그는 "부인의 건강을 위해 집 근처 산에 오르던 중 명복공원이 보여 무작정 일을 시켜달라고 찾아갔었다"며 "이곳에서 자격증 등 필요한 공부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시험을 치렀고 장제원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젊은 시절 미스터 대구에 나갈 정도로 몸 관리를 잘 했었는데 그 덕분에 체력 테스트는 쉽게 통과했다"고 덧붙였다.

또 강 씨의 업무 중 가장 중심되는 일이 화장이다 보니 남들은 평생 경험해보지 못할만한 일을 겪기도 한다. 그는 지난 2016년 1월에 돌아가신 어머니를 직접 화장하기도 했다. 강 씨는 "88세 어머니와의 이별을 곁에서 지켜봤다"며 "몹시 그립고 견딜 수 없는 마음이 들었지만 직접 떠나보내 드린 만큼 더 좋은 곳에 가셨기를 바랬다"고 당시 심경을 전했다.
그는 최근 코로나바이러스-19로 사망한 이들에 대한 화장을 전담했다. 강 씨는 "지난 2월 24일 첫 코로나 환자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74회에 걸쳐 185구의 코로나19 사망자에 대한 화장을 진행했는데 전국의 70% 수준"이라며 "비싸게 맞춘 수의도 입어 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는 고인들을 보면서 안타까움이 더했다"고 말했다. 또 "방호복은 지퍼를 올리고 테이프로 봉인하고 방 덧신과 면장갑에 고무장갑, 목장갑 마스크, 고글 등을 착용하고 그 위에 화장용 가죽장갑을 끼고 5명의 장제원이 그동안 화장을 진행해왔다"며 "물을 마시기도, 화장실을 가지도 못하는 상황이 연출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려운 일을 겪다 보면 성숙해지고 주위를 돌아보며 함께 고생한 사람들이 생각난다고 하는데, 이 자리를 통해 김호경 이사장을 비롯해 대구를 위해 함께 일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6개월 남짓 남은 직장 생활에 대한 입장과 앞으로의 포부에 대한 생각도 전했다. 그는 "남은 기간 동안 겸손하되 정중히 유족과 고인을 모시며 아름다운 작별 인사를 편안하게 하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퇴직을 한 뒤에도 고인분들과 유족들이 편안하게 이별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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