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다운 나이의 체육 유망주가 선수단 내 폭력과 가혹 행위를 견디다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하고 말았다.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국가대표 출신 고 최숙현 선수 사건은 사회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면 결코 일어날 수 없는 비극이다. 또한 우리나라 스포츠계가 성적지상주의와 폭력 둔감성 등 고질적 병폐에서 단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뼈아프게 보여준다.
최 선수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다섯 달간 인권위원회와 경주시, 대한체육회, 대한철인3종협회 등 여러 기관에 5차례 진정을 내고 경찰에 고소를 하는 등 필사적으로 도움을 요청했는데도 어느 곳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않았다는 점은 충격적이다. 스물세 살 젊은 체육인을 비극으로 몰고 간 것은 일차적으로는 선수단 내의 가혹 행위이지만, 2차적으로는 피해자의 목소리를 외면한 체육계 내부와 우리 사회의 둔감성이다.
지난해 1월 쇼트트랙 간판 스타 심석희 선수가 코치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했을 때 체육계는 반성과 자정 선언, 재발 방지 대책 등 많은 약속을 내놨지만, 결국 말뿐이었음이 드러났다. 지도자의 과도한 권한 행사와 가르침을 명분 삼은 폭력 행위, 선후배 간 강압적 위계질서 등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우선은 최 선수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이 있어야 한다. 운동처방사가 어떻게 선수에게 강압적 언사와 폭력을 행사할 수 있었는지, 감독은 왜 이를 방치했는지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체육계 스스로는 자정 능력이 없음이 이번 사건으로 드러났다. 차제에 체육계 폭력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하는 법안 마련이 필요하다. 법 개정은 선수단 내 폭력·가혹 행위를 한 지도자나 선수가 현업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징계 수위를 대폭 강화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내달 발족 예정인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스포츠윤리센터도 체육계 내 폭력을 방지하고 체육인 인권을 보호하는 창구로서 기능과 역할을 다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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