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천주향의 약이 되는 약 이야기] 암도 아닌 질병에 사용하는 항암제

류마티스 관절염에 메토트렉세이트라는 약이 처방되면 복약안내문에 '항악성종양제' 로 표시되어 있어 놀라는 환자를 종종 본다. 분명 항암제는 맞지만 류마티스 관절염에 사용될 때는 항암 치료 목적과 달리 아주 작은 용량을 사용하여 조절한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자기 자신을 적군으로 인식하여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인데, 메토트렉세이트는 자신의 과도한 면역을 억제시킬 목적으로 사용한다. 또 류마티스 관절염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므로 항암제라는 이름에 겁을 먹고 임의로 복용을 중단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먹는 항암제뿐만 아니라 주사 항암제도 암이 아닌 질환에 종종 사용하는데, 환자 입장에서는 먹는 항암제를 사용할 때보다 좀 더 거부감이 들 수 있을 것 같다. 대표적으로 암이 아닌 질환에 많이 사용되는 주사 항암제 중에 '리툭시맙'이라는 약이 있다. 이 약은 암세포 표면에 많이 나타나는 CD 20이라는 특이한 항원에 결합하는 표적항암제다.

예전의 의학상식으로 혈액형이 다른 사람의 신장을 이식받을 수 있다는 것을 감히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조혈모세포 이식은 원래 혈액형과 무관하게 시행할 수 있지만 고형 장기 이식은 혈액형이 다를 경우 불가능하다고 배웠다. 그런데 이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었으니 도대체 리툭시맙의 사용영역이 어디까지일까라는 생각을 해 보았던 적이 있었다.

리툭시맙이 개발되면서 CD 20이 많이 발현되는 특정 림프종의 치료성적은 눈에 띄게 좋아졌을 뿐만 아니라 그 자체가 가진 면역억제작용을 이용해서 류마티스 관절염, 자가면역 용혈빈혈, 시신경 척수염, 천포창 등 여러 가지 자가면역질환에 점차 사용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이 경우에는 일차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아니며 여러 가지 기본치료에 실패한 경우에 사용하게 되는데 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저 감기 몸살 정도 앓고 큰 병 없이 일평생을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축복받은 삶일까? 남의 일로만 여겼던 이름도 생소한 병들이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으며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경우조차 있다. 그러나 앞서 그 병을 앓았던 분들, 그리고 그 병을 치료하려고 연구했던 분들 덕분에 증상이 완화되고 병의 진행을 늦출 수도 있게 되었는데 몇몇 항암제들이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암도 아닌데 항암 치료제로 알려진 약을 사용하는 경우는 기존 치료법에 비해 훨씬 좋은 치료 성적이 입증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개인마다 부작용에서 정도의 차이가 있고 모든 환자에게 똑 같은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치료에 사용하게 될 경우 의료진을 믿고 치료받으면 불편했던 일상이 덜 불편한 일상으로 바뀌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영남대병원 종양전문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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