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새와 황새 함께 날며 / 鳳凰于飛(봉황우비)
장단 맞춰 노래하며 즐겼는데 / 和鳴樂只(화명낙지)
봉새 날아가서 돌아오지 않으니 / 鳳飛不下(봉비불하)
황새 혼자서 슬프게 울어대네 / 凰獨哭只(황독곡지)
머리를 긁적이며 하늘에게 물어봐도 / 搔首問天(소수문천)
하늘은 묵묵하게 입을 딱 닫고 있네 / 天黙黙只(천묵묵지)
하늘과 바다가 제아무리 넓다 해도 / 天長海濶(천장해활)
이 내 한은 도대체 끝이라는 것이 없네 / 恨無極只(한무극지)
이 작품을 지은 강릉 최 씨(江陵崔氏)는 조선 초기에 이조참판을 역임한 최치운(崔致雲)의 딸이다. 가만, 최치운이 누구시더라? 그는 신사임당과 율곡 선생이 태어난 강릉 오죽헌(烏竹軒)을 처음 창건한 사람이다. 최치운은 자신의 아들 최응현에게 그 오죽헌을 물려주었고, 최응현은 다시 자신의 사위인 이사온에게 물려주었다. 이사온도 또한 자신의 사위인 신명화에게 오죽헌을 물려주었는데. 신명화가 바로 신사임당의 아버지인 동시에 율곡 선생의 외할아버지다. 그러고 보면 최치운은 신사임당의 외외고조부가 되는가 보다. 아이고 머리 아파.
최치운의 딸이니까 성은 최 씨인 줄 알겠는데, 이름은 뭘까? 모르겠다. 조선 시대 여성들 가운데 이름이 알려진 사람이 거의 없는 형편이므로 크게 이상할 것도 없다. 좌우간 그녀는 아버지로부터 시서(詩書)에 대한 가르침을 받고, 주자학을 처음 도입한 안향의 후손 안귀손(安貴孫)에게 시집을 갔다. 안귀손은 군기시(軍器寺) 사직(司直)을 지낸 올곧은 선비로서, 1498년 무오사화(戊午史禍)가 난데없이 일어나 선비들이 화를 당하는 것을 보고 은둔을 하기로 결심을 했다. 그는 사위인 신숙빈(申叔彬)과 함께 문경 가은에다 자리를 잡은 뒤 상강정(上江亭)이란 정자를 짓고, 후진을 양성하다 세상을 떠났다. 위의 작품은 그의 아내 강릉 최 씨가 죽은 남편을 애도하는 마음을 시적 구도 속에 담아낸 제문이다.
흔히들 봉황(鳳凰)이라 합해서 부르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봉새'는 봉황 가운데 수컷을, '황새'는 암컷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러니까 암수를 합해야 비로소 봉황이 되는 셈이다. 그런데 최 씨는 죽은 남편을 봉새에다 비유하고 자신을 황새에다 비유하면서, 봉새와 황새가 짝이 되어 함께 노닐 때의 즐거움과 짝을 잃은 뒤의 애타는 심정을 극명하게 대비시켜 표현하고 있다. 하늘과 바다가 제아무리 넓어도 그 끝이 있기 마련이지만, 최 씨의 한은 그 끝이 없다. 그리하여 마침내 최 씨는 이 작품을 남편의 영전에 바친 뒤에 곡기를 끊고 자진(自盡)을 했으니, 정말 애달프다, 오호(嗚呼)라 통재(痛哉)!

이종문 시조시인, 계명대 한문교육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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