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 부동산 세금 인상의 전제조건

정성용 (대구대학교 부동산·지적학과 교수)
정성용 (대구대학교 부동산·지적학과 교수)

2019년 12·16 부동산 대책의 핵심 내용은 투기과열지구 고가 주택에 대한 대출 규제 강화와 다주택자의 금전적 부담을 높이기 위한 종합부동산세 인상이다.

올해 1월 정부는 다주택자와 고가 주택에 대한 종합부동산세를 인상하는 '종합부동산세 법률 개정안'을 상정했으나 20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2017년 8·2 부동산 대책, 2019년 12·26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2020년 6·17 주거안정화 대책은 공통적으로 부동산 투기 억제 수단으로써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및 종합부동산세 인상 방안을 담고 있다.

정부의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정책은 오히려 양도소득세 절세를 위한 가족 간 부담부 증여(전세보증금이나 대출금을 공제한 차액 증여) 및 1인 및 가족법인 거래와 같은 편법 거래를 증가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과다한 양도소득세 인상은 다주택자의 매도 의사를 저하시키거나 매도 시기를 지연시키는 결과를 초래해 매물 품귀 현상에 따른 부동산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는지 모른다.

그동안 역대 정부는 부동산 경기 변화에 따라 부동산 세금 인상과 인하 정책을 반복적으로 시행해왔다. 국민과 시장은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에 대한 신뢰를 상실하고, 정책에 대한 내성을 키워가고 있는 듯하다. 국민과 시장은 정부의 오락가락하는 부동산 정책에 대한 학습효과로 더 똑똑해지는 인공지능 알파고인 것 같다.

부동산 정책은 기본 원칙에 입각해 수립되고 일관성 있게 추진될 때 국민과 시장으로부터 신뢰받는 성공한 정책으로 정착될 수 있다. 필자와 다수의 부동산 전문가가 동의하는 '부동산 조세(세금)정책의 기본 원칙'에 대해 얘기해 보자.

부동산 매입과 처분 시 지불하는 취득세, 양도소득세, 증여·상속세 등과 같은 거래 과정상 발생되는 세금은 '거래세'라 한다. 반면,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처럼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기간 동안 부과되는 세금은 '보유세'라 한다.

경제학의 신제도학파(New Institutional Economics) 거래비용이론에 의하면, 세금과 같은 거래 과정상 발생하는 높은 거래비용(취득세와 양도소득세)은 매매 협상을 어렵게 하고 나아가 부동산 소유권 이전(부동산 거래)의 장애요인으로 작용한다.

부동산에 대한 과도한 양도소득세(자본이득세)는 저소득층보다 고소득층의 매도 의사를 위축시키며, 현재 부동산의 소유 구조를 고착화시키는 '자산의 잠금현상(Lock-in Effect)'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다주택자에 대한 과도한 양도소득세 중과정책은 불로소득을 차단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으나, 고소득 다주택자의 매도 물건을 축소시키고 나아가 부동산 시장에서 매물 부족 현상을 심화시킬 우려가 크다.

부동산 시장 활성화 및 시장 친화적인 측면에서는 거래비용 인하를 통한 부동산 매매 활성화와 부동산 이용 및 개발을 촉진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을 변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토지공개념을 최초로 주창한 헨리 조지(Henry George)는 토지로부터 발생한 수익을 공유해야 한다는 전제하에, 임대 수익 전액을 세금으로 부과하는 토지가치세(지대세)를 주장했다.

조지 학파의 주장에 의하면, 토지가치세는 부동산으로부터 발생하는 불로소득의 근원을 차단하고, 부동산 투기를 사전에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필자 역시 양도소득세를 중과하는 방안보다 조지의 토지가치세 개념을 도입한 부동산 보유세를 인상하는 방안이 부동산 투기 수요를 억제하고 부동산 소유의 불평등을 개선하는 효과가 높다고 생각한다.

다주택자의 매도 물건을 늘리고 갭투자와 같은 투기적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양도소득세를 중과하는 것보다 보유세를 대폭 인상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보유세는 거래세 인하를 통한 다주택자의 매도 물건 증가를 유도할 수 있을 만큼 대폭으로 인상해야 한다.

정부는 단기적이고 임시방편적인 핀셋 정책에서 과감하게 탈피하고 '거래세를 완화하고 보유세를 강화하는' 부동산 조세 원칙에 입각한 장기적이고 일관성 있는 부동산 정책을 재정립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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