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대 재학생인 박연희(24) 씨는 코로나19가 숙지지 않자 이달 초 예정된 미국 서부 배낭여행을 취소했다. 대신 그는 지난 1년 동안 배낭여행을 가려고 모은 돈의 일부를 볼링화, 볼링 장갑 등 자신의 취미인 볼링 장비를 사는데 썼다.
박 씨는 "부모님과 주변 지인의 만류도 있어 이번 방학 여행은 포기했다"며 "대신 취미생활을 통해 알찬 방학을 보낼 예정"이라고 했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대학생들의 여름방학 풍경이 예년과 달라졌다. 아르바이트, 배낭여행이 어려워지면서, 타인과의 접촉 없이도 가능한 각종 자격증·시험 공부나 취미 즐기기 등 각자 나름의 '슬기로운 방학생활'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
최근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운영하는 바로면접 알바앱 알바콜이 대학생 749명을 대상으로 '코로나 때문에 여름방학 계획 수립에 영향이 받는지'를 조사한 결과, 629명(89.2%)이 '그렇다'고 응답했다.
또한 '올 여름 방학 계획이 제약을 받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대해 301명(23.9%)이 '인턴, 아르바이트 등 채용하는 곳들이 줄어서'라고 답했다. 이 밖에 '온라인, 인터넷 강의 위주로 공부를 해야 해서'(21.3%), '스터디 등 대면모임을 자제'(16.7%) 등의 답변이 뒤를 이었다.
이처럼 코로나19로 아르바이트 등 단기 일자리가 줄고 외부활동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학생들 사이에서 "이번 방학은 '방구석 취준(취업준비)'을 하기에 적기"라는 말도 나온다.
경북대에 다니는 윤건희(25) 씨는 바늘구멍이 된 알바 구직을 포기하고, 이번 여름방학을 취업을 위한 발판으로 삼기로 했다. 그는 "대학가 인근 아르바이트 자리는 경쟁률이 너무 치열해 이력서를 내는 족족 떨어졌다"며 "아예 취업 준비에 전념하는 게 낫겠다 싶어 온라인으로 공기업 적성시험 강의를 신청했다"고 말했다.
오롯이 혼자 즐길 수 있는 취미에 눈길을 돌리는 대학생들도 있다.
한 달 전 연습용 기타를 장만한 심민호(22) 씨의 이번 여름방학 목표는 '좋아하는 가요 3곡을 기타로 연주하기'다. 기타를 학원에서 배우는 것도 고려해봤으나, 좁은 교습실에서 강사를 독대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유튜브 등 온라인 강의로 연습을 하고 있다.
심 씨는 "요즘은 온라인에도 악기 연주 강의가 많아 배우는데 어려움은 없다"며 "외출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구체적인 목표라도 세우지 않으면 방학을 허비할 것 같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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