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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창간 74주년] 희망의 빛, 독자분들과 함께 찾겠습니다

독자위해 은하수 담은 김태형 매일신문 선임기자 "모두 희망 잃지 않았으면"

매일신문 이주형 기자가 손전등 너머로 펼쳐진 은하수를 응시하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매일신문 이주형 기자가 손전등 너머로 펼쳐진 은하수를 응시하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길 없는 어둠을 걷다가 별의 지도마저 없다고 주저앉지 말아라.

가장 빛나는 별은 지금 간절하게 길을 찾는 너에게로

빛의 속도로 달려오고 있으니'

박노해 시인의 시 '별은 너에게로'의 한 구절입니다. 코로나19로 온 세상에 어둠이 내린 것만 같습니다. 하루하루 버티고 있지만 이 어둠, 언제 다시 걷힐 수 있을지 마음이 작아지기만 합니다. 언제쯤 걱정 없이 다시 웃을 수 있을까요. 무섭고 두렵기도 합니다.

매일신문 이주형 기자가 손전등 너머로 펼쳐진 은하수를 응시하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매일신문 이주형 기자가 손전등 너머로 펼쳐진 은하수를 응시하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하지만 가장 어두운 밤하늘 저편에도 별 무리들은 여전히 밝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독자분들과 함께 희망을 나누고 싶습니다. 오늘 창간 74주년을 맞은 매일신문과 TV매일신문은 저 별무리처럼 대구·경북 주민들에게 빛나는 희망을 드려야 한다는 사실을 항상 마음에 새기겠습니다.

하늘 위에 비스듬히 뜬 은하수 아래로 목성과 토성이 빛나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하늘 위에 비스듬히 뜬 은하수 아래로 목성과 토성이 빛나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 별 찾아 나선 김태형 선임기자

띠 모양으로 펼쳐진 별들의 무리, 은빛 강처럼 보여 은하수다. 요즘 청년들은 외국에 나가서 사진에 담아올 정도로 국내에선 여간해서 찾기 어려운 존재가 됐다. 급속한 도시화가 국토 곳곳의 밤마저 하얗게 밝혀 제대로 보려면 골짜기 골짜기 어둠을 찾아가야 한다. 강원도 강릉 안반데기, 설악산 울산바위, 최근에는 제주도도 은하수 명당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중 경북 영양군 수비면은 지난 2015년 아시아 최초로 국제어두운밤하늘협회(International Dark Sky Association, IDA) 선정 국제밤하늘공원으로 지정된 곳이다.

30년 차 사진기자 김태형 매일신문 선임기자도 은하수 촬영은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다고 하소연했다. 별을 삼키는 것이 인공적인 불빛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달이 밝아도 안 된다. 지구에서 달을 관찰할 수 없는 삭(음력 1일)이 적기다. 하늘도 신경 쓰이기는 마찬가지다. 비가 와도 안되고 구름이 끼어도 안된다. 특히 최근에는 일 년 중 미세 먼지 없이 맑고 푸른 하늘을 볼 수 있는 날이 적어 더욱 렌즈에 담기가 어려워졌다.

김 기자는 지난 4월 하순부터 영양군 날씨를 확인했다고 했다. 삭 시기를 맞춰 구름이 없는 맑은 날이 좀처럼 오지 않았다. 지난 5월 19일을 시작으로 지난달까지 모두 3번의 현장 답사를 거쳤지만 갑자기 운무가 끼거나 날씨가 흐려져 번번이 빈손으로 돌아와야 했다. 그는 "사진을 못 찍으면 초승달이 뜨는 3일 간 계속 영양에 있을 작정까지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며 "최근 날씨 변덕이 아주 심해 낮에는 괜찮다가 밤이 되면 갑자기 흐려지는 일이 많았다"고 말했다.

경북 영양군 수비면 일대는 지난 2015년 아시아 최초로 국제밤하늘보호공원에 지정될만큼 우수한 별 관측 환경을 자랑한다. 김태형 선임기자
경북 영양군 수비면 일대는 지난 2015년 아시아 최초로 국제밤하늘보호공원에 지정될만큼 우수한 별 관측 환경을 자랑한다. 김태형 선임기자

◆별은 곧 희망, 모두들 희망 잃지 않았으면

지난달 21일은 운이 좋았다. 지난달 21일은 달이 지구와 태양 사이 일직선 상에 위치해 부분일식 현상이 일어난 날이다. 낮에 뜬 달이 일찍 져 밤에는 달빛이 비치지 않았다. '이화(梨花)에 월백하고 은한(銀漢·은하수)이 삼경인제', 고려 후기 이조년의 시조 한 구절처럼 그믐날 삼경(밤 11시∼새벽 1시)에 접어들자 까만 밤하늘에는 달 대신 별빛만이 서리기 시작했다.

웅장하게 떠오른 은하수가 맨눈으로 봐도 선명했다. 원하는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구도도 중요하다. 김 기자는 3번의 현장답사를 통해 찾은 영양군의 수비면의 한 논두렁 아래서 셔터를 눌렀다. 밑으로 저지대의 하천이 있어 별을 좀더 역동적으로 담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날 오후 10시 30분에 시작한 촬영은 오전 3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시시각각 위치를 달리하는 은하수에 맞춰 앵글과 표현 방식을 다양하게 촬영하기 위해서 였다.

그가 수개월 간 별을 마음에 품은 이유는 하늘과 별이 주는 상징성 때문이다. 김 기자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꿈을 꿔 본 적이 한 번도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별도 마찬가지다. 밤 하늘에 떠있는 별은 곧 꿈. 하늘과 별이 주는 희망과 설렘을 담고 싶었다"고 웃어 보였다.

김 기자는 "코로나19로 시련을 안 겪은 사람이 없었다"며 "장기화 하는 사태 속에서 하늘과 별이 위로를 줄 수 있을 것 같았다"며 "눈 앞의 위기에 절망하지 말고 참다 보면 다시 반짝이는 순간이 찾아올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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