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고 최숙현 선수의 죽음은 ‘사회적 타살’이다

고 최숙현 선수 사망 사건과 관련해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대한철인3종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김규봉 경주 트라이애슬론 감독이 소명을 마친 후 회의장에서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고 최숙현 선수 사망 사건과 관련해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대한철인3종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김규봉 경주 트라이애슬론 감독이 소명을 마친 후 회의장에서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고 최숙현 선수와 함께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팀에 소속해 있던 동료들이 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는데 폭로 내용이 충격적이다. 이들에 따르면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팀은 상습적 폭력과 폭언, 이간질이 난무하는 야만의 현장이나 다를 바 없었다. 최 선수가 남긴 녹취 파일 내용보다 더 심각한 가혹 행위가 벌어졌고 선수들은 협박과 폭력으로 공포에 떨어야 했다.

선수들이 밝힌 가혹 행위 내용들을 보면 말문이 막힌다. 뺨이나 가슴과 명치를 때리는 것은 일상사이고 폭행으로 선수 손가락이 부러지고 고막이 터진 사례도 있다고 한다. 옥상으로 끌고 간 뒤 뛰어내려 죽으라고 협박하거나 미성년 선수에 대한 음주 강요가 있었다는 대목은 듣는 귀마저 의심스럽게 만든다. 맹장이 터져 수술받고 퇴원해 실밥도 풀지 않은 선수에게 반창고 붙이고 수영 연습하라고 강요했다고 하니 이런 강압도 없다.

감독, 팀 닥터뿐만 아니라 특정 선수의 가혹 행위 사실도 추가 폭로됐다. 팀의 집단 합숙소가 특정 선수 및 그의 어머니 명의로 돼 있으며 팀 닥터가 이 선수 어머니의 소개로 팀에 합류했다는 의혹도 언론을 통해 나왔다. 폭로와 보도가 사실이라면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팀은 감독과 팀 닥터, 특정 선수가 전횡을 휘두르는 왕국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사태가 이 지경이 될 때까지 경주시와 체육회는 사태 파악도 못 했고, 대책도 내놓지 못했다.

6일 40여 스포츠·시민 단체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숙현 선수의 죽음은 사회적 타살"이라고 규정했다. 지당한 지적이다.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 체육계 근본 구조 개혁이 시급한데, 지금껏 관계 당국이 보여 온 행보를 보면 이것이 가능할는지 의문이다. 특히 경찰서 참고인 조사에서 수사관이 일부 진술을 삭제하거나 "고소하지 않을 거면 말하지 말라"고 했다는 증언까지 있었다. 석연찮은 정황들이 많은 만큼 철저한 수사가 우선이다. 검찰이 사건 지휘를 통해 내막부터 명명백백히 밝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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