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취재현장] 우리도 내 집 마련하면 안 될까요?

10일 서울 용산구 이촌동 일대 부동산업소. 연합뉴스
10일 서울 용산구 이촌동 일대 부동산업소. 연합뉴스

홍준표 서울정경부 기자
홍준표 서울정경부 기자

"자고 일어나니 가격이 2천만원 뛰어오르니 마음이 안 급할 수가 있겠느냐."

6일 저녁 지인이 막걸리 한잔에 내뱉은 푸념이다. 서울에 사는 그는 내 집 마련을 위해 서울 강동구 둔촌동부터 동작구 흑석동, 강서구 염창동까지 그야말로 동분서주하고 있다. 마음이 혹하는 집을 발견하고 다음 날 계약하려고 하면 집값이 올라 있어 미칠 노릇이랬다. 그러다 보니 그의 마음속에 '더 오르기 전에 집을 사야 나도 이득을 보지'라는 오기도 생겼다고 했다.

순간 전날 밤에 본 TV 프로그램이 떠올랐다. 5일 방송된 MBC '구해줘 홈즈'에서 두 MC는 매물을 소개하기 전 "방 구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1년 만에 서울 집값이 너무 뛰었다"며 한숨을 내뱉었다. 웃자고 보는 예능에서 이토록 처연하게 현실이 묻어 났다.

부동산, 더 적확하게 말해 집값이 민심의 화약고가 됐다. 문재인 정부가 집값 상승을 막고자 부동산 정책을 여럿 내놓았지만 앞서 언급한 대로 아파트값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어서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2일 청와대 참모들의 솔선수범을 강조하며 1주택 외 주택 처분을 강력 권고했지만, 이 과정에서 그가 과거 지역구인 충북 청주 소재 집을 팔고 서울 반포 소재 아파트를 남겨 두기로 하면서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지역구 유권자 전체의 가치가 서울 '똘똘한 한 채'보다 못하다는 것이냐"는 지적이다.

반대로 지난해 말 노 실장이 같은 권고를 한 뒤 윤석열 검찰총장이 서울 강남 아파트를 처분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의도 정가에는 "문재인 측근이 아니란 걸 보여준 것"이라는 우스개도 나온다. 심지어 "돈 벌고 싶으면 정부의 '약속'을 믿지 말고 청와대 참모들의 '행동'을 믿으면 절대 실패하지 않는다"는 말까지 돈다.

그러자 야권은 본격적으로 대여 공세를 펼친다. 7일에는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정의당조차 부동산 문제를 들어 정부 여당에 비판적 목소리를 냈다.

코호트(cohort)라는 말이 있다. '코호트 격리'라는 말로 익숙한 표현일 텐데 사실은 오늘날의 소대나 중대처럼 고대 로마에서 300~600명으로 구성된 보병부대를 일컫는 말이다. 어원인 라틴어 'cohors'에서 co는 뜰을, hors는 훈련받은 사람들로 '같은 뜰에서 훈련받은 무리'라는 의미인데, 사회학에서는 여기에 착안해 '코호트 효과'(cohort effect)라는 말을 쓴다. '같은 시기에 같은 사건을 경험하며 의식과 행동이 비슷해진 한 세대'를 이르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이른바 86세대가 대표적 예이다.

어쩌면 국내에서 대표 사례가 바뀔지도 모르겠다. 결혼을 앞둔 20대 중후반부터 생애 첫 내 집 마련을 해 보려는 40대까지 현재 2040세대가 공유하는 강력한 공동 경험이 부동산 시장에서 '신규 진입자 타격'이어서다.

이는 비단 서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대구 수성구의 한 입주 전 아파트의 전용 면적 98.99㎡(39평) 분양권 매매가가 15억7천90만원이다. 이곳 분양가는 5억7천90만원이었다. 분양권에 프리미엄만 10억원이 붙은 것이다. 가히 시장은 정상이 아니다. 또 그 벽은 공고하기 그지 없다.

이러한 '충격'은 연령과 상관없이 2040을 하나의 코호트로 묶어 주고 있다. 2040세대는 개인화된 세대이다. 이들에게 지역이나 이념이 설 자리는 좁다. 그보다는 '내 문제'를 해결시켜 줄 현실적 대책과 이슈에 집중한다. 여든 야든 다음 선거에서 이기고 싶다면 당명을 어떻게 바꿀지보다 이 문제에 천착하길 권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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