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그러나 우리는 늘 그랬듯 답을 찾았다. 한 권의 책으로 떠나는 도시 역사 여행. 도시를 단순히 공간으로 다루는 것이 아니라 도시가 품은 역사를 엮어낸 신간 '30개 도시로 읽는 세계사' 속으로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이번 여행에서는 뉴욕, 런던, 빈, 베네치아, 모스크바, 시드니, 싱가포르, 상하이, 두바이 등 세계적인 관광 도시뿐만 아니라 바빌론, 테오티우아칸 등 역사 속으로 사라진 도시까지 만나볼 수 있다.
◆뉴욕, 빈, 두바이가 품은 역사
인구 860만의 세계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 미국 뉴욕은 과거에는 현재의 모습을 상상할 수 없는 인구 10만의 소도시였다. 뉴욕을 메가시티로 성장시키는 데에 발판을 마련한 이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뉴요커'로 칭송받는 드위트 클린턴 전 뉴욕시장이다. 그는 장차 뉴욕 인구가 10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뉴욕 맨해튼에 바둑판 구획, 즉 12개의 애비뉴와 155개의 스트리트를 만들었고, 그 결과 1835년 뉴욕은 필라델피아를 제치고 미국 최대의 도시가 된다.
오스트리아 빈은 18세기 이후 많은 음악가, 예술가, 학자를 배출한 요람과도 같은 도시다. 빈은 13세기 합스부르크가의 본거지가 된 후로 신성로마제국의 수도가 된다. 황도의 지위를 얻은 빈은 중세 후기 로마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가톨릭문화권의 중심이 되었다.
1740년 마리아 테레지아가 합스부르크의 수장이 되자 그는 빈의 귀족의 지지를 얻기 위해 문화 예술 융성에 힘을 쏟았고 출판물 검열도 완화하면서 문화인이 빈으로 몰려 든다. 19세기 말 20세기 초는 음악가 말러, 화가 클림트, 소설가 호프만 등에 의해 '세기말 빈'이라 불리는 문화조류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미래도시와 가장 근접한 모습을 갖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도시국가 두바이는 불과 수십년 사이 초고층 빌딩이 빽빽하게 들어선 최첨단 도시로 탈바꿈했다. 두바이는 2008년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았음에도 아부다비의 지원에 힘입어 발전을 거듭해왔다.
두바이의 상징이자 세계 최고 높이의 건축물 버즈 칼리파(828m)에 이어 두바이는 현재 1000m, 즉 1km 높이의 빌딩 건설을 계획 중이다. 아울러 세계지도를 본떠 만든 세계 최대의 인공섬 '더월드'는 전세계 자산가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런 도시개발을 뒷받침해주고 있는 것은 동남아시아나 중동 국가에서 유입된 노동자들이라는 점은 수면 위로 잘 드러나지 않는 진실이다.

◆30개국 여행하듯 배우는 세계사
세계사를 다룬 책은 수없이 많다. 그 많은 책들 가운데 돋보이기 위해서는 보통의 방식과는 다르게 세계사를 풀어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신간 '30개 도시로 읽는 세계사'는 역사를 시간의 흐름을 따라가며 서술하는 고리타분한 방식에서 벗어난 책이다.
이 책은 기원전부터 20세기에 이르기까지의 방대한 세계사를 총 30개 도시를 통해 접근한다. '도시는 역사가 만든 작품이다'라는 말이 있듯 세계 주요 도시들이 어떤 역사를 거쳐 지금 모습에 이르렀는지 살펴보는 것은 세계사를 다루는 새롭고도 효율적인 방법이다. 특히 세계사는 도시 문명을 중심으로 형성돼왔으므로 이런 접근은 세계사 전체 맥락을 이해하는 데 충분히 도움이 된다.
이 책은 한 도시에서 벌어진 각 세력들의 흥망성쇠를 비롯해 주요 인물의 행적, 문화유산의 설립 배경, 주요 고고학 지식까지 담고 있다. 30개 도시를 다룬 각 장의 머릿말에서 해당 도시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나 궁금할 만한 지점을 짚어줘 기대감을 자아낸다. 또한 이해를 돕기 위해 실린 다양한 사진과 이미지, 지도들은 역사 지식에 생생함을 더해준다.
이 책은 목차에 따라 차례대로 읽을 필요가 없다. 각자 흥미를 끄는 도시를 골라 책을 펼치면 마치 그 도시를 여행하듯 세계사 여행으로 끌려 들어가게 된다. 하루에 한 도시씩, 도장깨기를 하듯 읽어나가다 보면 어느새 세계사의 흐름까지 보일 것이다.
세계사 공부를 시작하는 사람, 세계사에 대한 기초부터 교양을 쌓고 싶은 사람,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 모두에게 적절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 역사서다운(?) 딱딱하고 단조로운 설명투의 서술이 약간의 아쉬움을 자아낸다. 357쪽, 1만6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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