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원 구성을 놓고 맞붙은 데 이어 부동산 대책을 놓고 전면전에 돌입할 태세다. 문재인 정부로선 민심 이반이 가속하는 가운데 현실적인 후속 조치를 내놓는 게 급선무다. 미래통합당은 집값 안정을 위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게 과제다. 7일 정국은 부동산 해법을 놓고 뜨겁게 달아올랐다.
◆노영민 '똘똘한 한 채' 초대형 악재로
21차례에 걸쳐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음에도 집값 폭등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의 '똘똘한 한 채'로 민심이 폭발 직전이다. 가뜩이나 문재인 정부 3년간 서울 아파트 값 기준 52%나 오른 상황에서 정권의 핵심 실세가 그 혜택을 누리려 한다는 것이다.
노 실장은 지난해 12월 수도권에 2채 이상 집을 보유한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참모들에게 "이른 시일 안에 1채만 남기고 처분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난 뒤에도 2채 이상 보유자는 12명이나 된다. 노 실장 자신도 지역구 아파트를 처분하고 서울 아파트를 보유하기로 해 강한 비난을 샀다.
더불어민주당이라고 다르지 않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21대 총선에 당선된 민주당·더불어시민당 국회의원 180명 중 23%인 42명이 후보 등록 당시 다주택자였다. 이 중 21명이 6·17 부동산 대책 기준을 적용했을 경우 투기지구·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에 주택을 보유했다. 민주당은 이들에게 지난 1월 '실거주 주택 1채를 제외한 주택을 모두 매각하겠다'는 서약서를 쓰게 했지만, 현재까지 권고 이행 실태마저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게 경실련의 주장이다.
부동산 대책 헛발질로 민심 이반은 물론 전통적 지지층마저 이탈 조짐을 보인다. 노무현 정부 당시 홍보수석이었던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가 연일 '로또 분양', '부동산 투기 꽃길' 등의 표현을 써가며 문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비판하고 나설 정도로 범여권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당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남국 의원은 7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노영민 실장의 서울 아파트 보유 논란에 대해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며 "지역구 주민에게도 미안한 마음을 가지는 게 맞다"고 꼬집었다.
미래통합당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결질을 촉구하는 등 파상 공세를 펴고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대구 수성갑)는 한 라디오 방송에서 "(김 장관은) 지금 잘 돌아가고 있다는데, 모든 것은 실패로 판정이 났다"며 "잘 돌아간다는 사람을 그대로 둬선 안 될 것"이라고 김 장관을 직격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신 원인으로 노영민 실장을 지목했다. 그는 "국민들이 정치권의 부동산 정책을 말뿐인 선언으로 생각하는 이유는 청와대, 국회의원, 장·차관, 고위공직자들이 다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현실과 관계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청와대와 여당이 1가구 1주택 정책에 행동으로 솔선수범해 달라"고 촉구했다.
◆당정 헛발질 속 대권잠룡들 숟가락 얹기
민심 이탈에 화들짝 놀란 민주당은 입법화를 통해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여기에는 정부의 땜질식 핀셋 규제와 오락가락 땜질 처방에 대한 진한 불신이 깔려 있다. 한계는 정부와 마찬가지로 규제 강화에 방점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집값을 잡기 위해 주택 보유기간이 2년을 넘지 않는 '단기 투기'에 따른 불로소득 차단에 나선다. 양도소득세를 징벌적으로 과세하는 게 핵심이다. 강병원 의원이 부동산 단기 매매로 얻는 불로소득에 최대 80%의 양도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또 '선(先)보유세 강화', '후(後)취득세 인상'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최근 부동산 시장 불안으로 지지층 이탈이 가속화되자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다. 나아가 관련 입법을 7월 임시국회에서 마무리하기로 하고, 속도전에 나섰다. 실수요자는 보호하되 부동산 시장을 교란시키는 투기 세력에 대해선 철퇴를 가하겠다는 것이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12·16, 6·17 대책의 후속 입법을 7월 국회에서 신속하게 처리하겠다"고 했고,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다주택자와 투기성 보유자의 세(稅) 부담을 강화하고 실수요자는 세액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당에서는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붙는 취득세에 대해 중과세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집값 폭등의 주범 중 하나인 임대사업자의 세금 혜택도 폐지 또는 조정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당의 기세에 밀려 있지만, 기획재정부와 국토관리부는 22번째 대책을 물밑에서 막판 조율 중이다.
대권주자들도 가세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집값 안정을 위해서는 장기공공임대주택 확대와 투기수요 축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6일 대안으로 '공공임대주택 대규모 확대'를 내놓았다. 통합당 소속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백지신탁제'를 주장했고, 같은 당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풀고, 공기업 '반값 아파트' 대량 공급을 제안했다. "기재부나 국토부의 다주택 소유자를 직무에서 배제해야 한다"(김두관 민주당 의원)는 주장도 나왔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대선주자들의 공급 물량 확대는 재탕 삼탕이라는 게 문제"라며 효과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통합당 집값 연착륙 대안 내놓을까
통합당은 부동산 정책 실패의 책임을 물어 김현미 국토부 장관 해임을 촉구하는 등 파상공세를 펴며 이날 부동산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대안 제시에 주력했다.
조해진 의원은 "종부세 올리고, 양도세 올리고, 취득세까지 올리는 방안이 여권에서 흘러나오는 것을 보고, 이건 부동산 정책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당 정책위원회와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이 주최한 간담회에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등 주요 당직자들이 참석했다. 통합당은 간담회에서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집값 폭등 현상의 원인과 정부 부동산 정책의 문제점을 짚고, 해결책을 모색했다. 구호로는 '내 집 마련의 꿈이 사라졌습니다'를 내걸었다.
김 비대위원장은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정책 실패를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며 "서민들이 집 한 칸 장만하고픈 평범한 소망을 이루도록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통합당의 방향은 문재인 정부의 그것과 전면 배치된다. 핵심은 규제완화다. 지난 총선에서도 정부의 핵심 주택정책이자 서울 부동산 수요 분산을 위한 수도권 3기 신도시 정책의 전면 재검토를 공약했다. 정부의 잇따른 규제에 따른 풍선 효과로 지방 부동산 시장까지 들썩이는 상황에서 통합당의 주장이 먹혀들지 주목된다.
통합당은 부동산과 관련 세금부담 완화도 내세운다. 고가주택 기준을 조정하기로 하는 등 현재 당정청의 '대증요법'과는 다른 '처방전'을 제시한다는 구상이다.
취득세,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등 세금 규제를 강화하는 대책이 동시다발적으로 검토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만큼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것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종부세를 올리면 거래세(양도세)를 낮춰야 한다. 갖고 있을 때 세금이 많으니 팔도록 해야 하는데, 팔지도 못하게 거래세를 올린다는 건 앞뒤가 안 맞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팔아도 세금, 사도 세금, 갖고만 있어도 세금, 이건 부동산 정책을 핑계로 세금 거둬가는 정책밖에 안 된다"며 "퍼주기 선심 예산을 남발해서 곳간이 비다 보니 세금 거둬가려고 작정하고 덤빈다"고 지적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과열된 시장을 완화시키는 쪽으로 가야 한다"며 "가수요 차단과 공급 물량 확대라는 양동 작전을 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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