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그립습니다] 이상옥씨의 남편 故 김상준씨 ,'여보'라고 원없이 불러봅니다.

부인 이상옥씨와 찍은 남편 김상준(오른쪽) 씨의 생전 모습. 본인제공.
부인 이상옥씨와 찍은 남편 김상준(오른쪽) 씨의 생전 모습. 본인제공.

"여보~ 여보~ 여보~"

이제는 원없이 맘껏 불러봅니다. 당신과 같이 살면서도 시어른들이 계셔서 '여보'라는 소리 한 번 제대로 못불러보고 살았네요.

내가 호칭도 없이 "어여~ 이랬소~저랬소~"만 하니까 내가 '소'냐며 당신이 역정을 낸적도 있지요. 그러던 내가 소파수술하러 가서는 죽을 것처럼 아프니 그때는 나도 모르게 생전 안부르던 '여보'소리가 나옵디다. 그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여보'라고 불러봤네요. 지금 생각하니 당신과 함께한 시간들이 꿈만 같아요.

당신은 요즘 애들처럼 사랑 표현을 잘해서 다른 부부들과 모임에서 관광을 함께가면 다들 부러워했지요. 살면서 힘든 시간도 많았지만 이제와서 돌이켜보니 당신과 다닐때가 나한테 제일 행복했고 재미나고 즐거웠던 호시절 이었네요.

혹시 그거 기억나요? 팔달시장으로 채소 팔러 다닐 때 다 팔고 나니까 시간이 늦어 집에 오는 차가 없어서 여인숙에서 잤던 적이 있잖아요. 그때 내가 아침에 화장실간다고 나갔다가 우리방을 못찾아 남의 방문을 열어서 그 방에 있던 머스마랑 가시나가 뒹굴다가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시끄러워졌고 한바탕 난리가 났었는데... 생전 큰소리 한번 안내던 사람이 그때는 방도 못찾냐고 나한테 엄청 나무라셨지요. 지금 생각해도 얼마나 우스운지 그 일 생각만하면 자꾸 웃음이 나요.

부인 이상옥씨와 찍은 남편 김상준(왼쪽) 씨의 생전 모습. 본인제공.
부인 이상옥씨와 찍은 남편 김상준(왼쪽) 씨의 생전 모습. 본인제공.

당신은 옷테도 좋고 인물이 좋아서 출근할 때 깔끔하게 다려서 참하게 입고 나서면 나는 그 뒷모습만 봐도 얼마나 흐뭇했는지 몰라요. 안그래도 멋있는데 더 멋있게 보이려고 금니 박아 넣는다며 멀쩡한 생니 빼서 엄청 고생하셨던 일도 떠올라 웃음이 나네요. 당신은 기억을 할지 못할지 모르지만 어제 일처럼 아직도 내 머리에 생생하게 남아있어요.

당신을 보내고 제일 후회되는건 아파서 병원에 있을 때 간호하느라 내가 편한 잠을 못자고 침대에 머리를 기댄 채 엎드려 있으니 침대로 올라와서 같이 자자고 했는데 내가 괜찮다고 하고 같이 안 누운게 지금도 후회스러워요. 그때 올라가서 한 침대에 누웠더라면 발이라도 한번 더 대보고 비벼보기라도 할 수 있었을텐데.....

부인 이상옥씨와 찍은 남편 김상준(오른쪽) 씨의 생전 모습. 본인제공.
부인 이상옥씨와 찍은 남편 김상준(오른쪽) 씨의 생전 모습. 본인제공.

가실 때는 어떻게 나 혼자 두고 가면서 말 한마디 없이 가셨는지, 그거 생각하면 당신이 야속하기도 하고 힘든일이 있거나 고통스러운 일이 있을때는 둘이 있으면 상의도 하고 의지도 될텐데, 하는 마음이 들어 나만두고 간 당신이 밉기도해요.

지금 우리 현이가 아프니 너무 속상하고 맘이 힘들어 그런지 당신이 더 그립고 생각나네요. 당신보내고 나서도 잘 참고 여태 열심히 살아왔는데 나한테 이런 시련을 주시니 내 팔자가 왜 이러나 싶은 맘이 들어 서글프고 한심한 생각도 들어요. 여보~내 맘 힘들지 않게 우리 새끼들 잘 지켜주시고 다시 만날 때까지 편안히 계세요. 이 편지를 전달해 줄 매일신문이 있어 신문사에 고맙다고 인사드리네요.

남편(김상준)의 사랑하는 아내(이상옥)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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