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최숙현 선수와 동고동락하며 지도자와 선배들 폭압을 견뎌야 했던 동료 선수들 가족이 매일신문과 인터뷰하며 추가 피해 사례를 털어놨다. 이들은 지난 6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동료들이 겪은 전반적 피해 실태를 일부 알린 바 있다.
다른 선수들도 최 선수와 마찬가지로 수시로 폭행당하거나 따돌림당했으며, 선배인 주장 장윤정 선수와 팀닥터 안주현 씨에게 불필요한 명목으로 수십만~수백만원의 활동비를 상납해 왔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변호사에 사건을 의뢰해 김규봉 경주시청 실업팀 감독과 안주현 팀닥터, 장윤정 선수 등을 9일 고소하기로 했다.
◆"장윤정, 옥상에 후배 끌고가 '뛰어내려 죽으라'고 했다"
2017년 말부터 경주시청 철인3종경기(트라이애슬론) 팀에서 선수생활해 온 A 선수 어머니는 8일 본지 기자에게 "최 선수가 숨진 후 딸이 그의 죽음이 안쓰럽다며 폭로에 나서고서야 딸 또한 피해자였음을 알았다"며 답답함을 숨기지 않았다.
비경상권 출신인 A 선수는 장 선수를 동경해 연고도 없는 2017년 경주시청 실업팀에 입단했다. 그는 중학교 1학년부터 트라이애슬론 전국체전에서 두각을 나타냈는데, 이를 본 장 선수가 그를 볼 때마다 '잘한다'고 칭찬하며 예뻐하는 눈치였다. A 선수도 그런 장 선수의 뛰어난 실력을 존경했다는 것이다.
막상 팀 선배가 된 장 선수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장 선수는 식사를 함께 시켜 방에 모여 있다가 갑자기 딸을 지목해 '살 안 빼느냐'며 딸을 거실로 데려간 뒤 무차별로 때렸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딸 멱살을 잡고 옥상에 끌고 올라가 '뛰어내려 죽으라'고 소리치는가 하면, 설거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딸 뺨을 때렸습니다. 장 선수 기분이 나쁠 땐 자리를 피해야 했다고 합니다."
그는 "딸이 말하기를, 장 선수는 평소 '(왕따를 시켜) 팀원 한 명은 꼭 정신병자를 만들겠다'고 했다더라. 누군가가 조금만 미우면 자신이 주도해 따돌렸고, 남자 후배를 시켜 다른 후배들을 괴롭히기도 했다. 인간으로 살기를 포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후배들이 경주시체육회로부터 매달 초 받던 식비를 장 선수 계좌에 즉시 이체해야 했다고 한다. 그러고는 하루 두부 한 모만 먹으며 힘든 훈련에 참여했다"면서 "그리고는 굶는 선수들 앞에 과자와 쿠키를 보여주고 이를 먹으면 감독에게 일러바쳐 체벌토록 했다. 성장할 나이의 선수들에게 너무한 것 아니냐"고 따져물었다.
A 선수는 이후 괴롭힘을 피해 팀을 옮겼다. 그러나 최 선수가 숨지자 어머니에게 "내가 탈출하면 살 수 있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언니가 고통받고 죽은 뒤 꿈에 언니가 자꾸 나와 너무 슬프다"며 추가 피해 폭로에 나섰다.
A 선수 어머니는 "딸이 그간 감독과 팀닥터, 장 선수에게 이유도 없이 뺨을 많이 맞았다. 남자 선수한테도 휴대폰으로 머리를 많이 맞았다"면서 "지금도 엄마한테는 자세한 얘기를 하지 않고 변호사에게만 피해를 설명하고 있다. 애지중지 키운 막내딸이 엄마 마음 다칠까봐 걱정하는 것 같다. 그걸 생각하니 억장이 무너지고 애한테 너무 미안하다"고 안타까워했다.

◆"최숙현과 B 선수, 장윤정이 이간질…우울증 앓아"
2016~2018년 경주시청 팀에서 활동한 B 선수 어머니는 최숙현 선수가 지난해 딸에게 보낸 SNS메시지를 공개하며 "딸이 최 선수와 마찬가지로 언어폭력과 따돌림, 사생활 침해와 성추행 등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B선수의 어머니가 매일신문에 공개한 메시지를 보면 최 선수가 "진심으로 언니에게 미안하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도 든다"면서 "우리 이제 적 하지 말자. 가식이라고 볼까봐 많이 고민했다"는 등 진심을 털어놓는 내용이 담겼다. 최 선수는 뉴질랜드 전지훈련 중이던 지난해 3월, 이미 다른 팀으로 옮겼던 B 선수에게 이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B 선수의 어머니는 "딸이 3년 간 장윤정 선수와 같은 숙소를 쓰면서 폭언·폭행을 당한 것은 물론, (숨진) 최 선수와의 사이를 이간질해 적대시하도록 만드는 등 심리적으로도 많은 피해를 입혔다"면서 "가끔 둘이 누워서 '왜 저렇게까지 할까',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고, 그래도 나이가 많은 딸이 '조금만 참자 숙현아'라고 달랬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딸이 장 선수와 사이클 훈련을 나갔다가 실수를 하면 욕설과 함께 '죽을 거면 혼자 죽지 왜 나까지 죽게 하느냐'면서 신발로 마구 때렸고, 아예 습관처럼 뒤통수를 맞았다"면서 "김규봉 감독 역시 술을 마시거나 사적인 일로 감정이 상한 상태에서는 선수들을 때리는 등 분풀이를 자주 했다고 딸이 호소했다"고 말했다.
B 선수의 어머니는 "과거 딸이 힘들다고 할 땐 그저 '엄격한 분위기의 팀이구나, 운동이 힘들구나' 정도로만 생각했다. 다른 팀으로 옮기고 나서야 뭔가 잘못됐다는 걸 느꼈는지 경주시청 팀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딸도 최 선수처럼 내내 따돌림당한 것은 물론, 조금만 실수해도 손으로 뺨을 맞거나 각목으로 엉덩이를 맞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최근 B 선수는 경주시청 시절 트라우마로 우울증을 앓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 신고 진술을 하면서도 "그 사람들을 다시 만나면 어쩌느냐"며 심한 불안을 호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최숙현 선수도 딸이 팀을 옮기고서야 큰 용기를 내 메시지를 보냈을 것이다. '이제 적 하지 말자'고 할 정도면, 힘든 와중에서도 적이 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라며 "딸은 '숙현이와 이제 좀 가까워지려고 하니 세상을 떠났다'며 슬퍼하고 있다. 사법당국에 장 선수와 김 감독에 대한 확실한 처벌을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취재진은 A, B 선수 측의 주장에 대해 김 감독과 장 선수, 안 팀닥터의 의견을 듣기 위해 전화를 시도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기획탐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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