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국군포로 배상 판결, 정부는 ‘연락소’ 폭파에 왜 가만히 있나

6·25전쟁 때 북한군에 포로로 잡혀 강제 노역을 했던 국군포로 2명에 대해 법원이 각각 2천100만원씩 손해배상을 하라고 판결했다. 이는 우리 법원이 북한과 김정은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판결이다. 이로써 북한 정권의 인권 및 재산 범죄에 대한 금전적 배상을 받아낼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다른 국군포로나 납북 피해자도 비슷한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이번 소송을 도운 시민단체 '물망초 국군포로송환위원회'는 다른 국군포로 생존자와 유가족의 의사를 확인한 후 추가 소송을 제기한다는 방침이다. 정부 추정에 따르면 국군포로는 8만 명, 납북자는 10만 명 정도이다.

이번 소송에서 배상 판결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법원이 북한의 법적 지위를 국내 법률의 취지대로 '외국'이 아니라 한국 법원의 관할권이 미치는 국내의 일부로 봤기 때문이다. 국내 법률상 북한은 '반국가단체'이지 '외국'이 아니다.

그리고 이번 판결은 이런 상징적 의미에서 나아가 실제로 집행할 수 있다. 남북경제협력문화재단이 북한의 조선중앙TV에 지급할 저작권료 20억원을 법원에 공탁했는데 변호인단은 여기서 배상액만큼 추심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정부의 무책임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정부는 "우리 국민의 재산권에 대한 명백한 침해"라며 국제법과 기존 합의서 등에 비춰 대응한다고 했지만 말뿐이다. 게다가 문재인 대통령은 "인내하겠다"고 했다. '인내'하면 북한이 뉘우치고 배상을 한다는 것인가?

북한의 폭파로 국민 세금 168억원이 허공으로 날아갔다. 반드시 북한에 그 책임을 물려야 한다. 그 방법은 이번 소송 판결이 분명히 제시했다. 국내에 있는 북한 자산이 얼마 되지 않아 배상 집행에 한계가 있지만 북한의 나쁜 행동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행동'해야 한다. 이런 길이 열렸는데도 가만히 있는 것은 명백한 직무 유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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