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끔했다. 이 사회에 대한 사랑과 관심은 있는가? 내 안 깊숙이 자리한 혐오와 차별을 들킨 기분이다. 차별을 하지 않는다고? 너도 마찬가지라고 다소 도발적인 지적을 부정할 수 없다. 마음 무거워서 나선 산책길에 만난 개망초꽃이 반갑다. 뿌리내린 곳에서 성심껏 살아내는 무리의 힘이 빛난다. 밭에서 밀려난 설운 풀꽃이지만 아련한 눈길로 바라보는 작품이 되었다. 개망초꽃밭에서 재잘거리는 아이의 숨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혐오와 차별이 없는 흙의 품에서는 잡초도 무리로 꽃피어 한 폭의 그림이 되고, 시가 되고, 노래가 된다.
여러 종이 섞여서도 자기의 빛깔과 모양으로 활짝 웃는 풀꽃들이 평화롭다. 사람들은 왜 차별을 할까. 다양한 소수자, 인권, 차별에 관해 가르치고 연구하는 김지혜 교수가 쓴 '선량한 차별주의자'는 여름 한낮의 땡볕처럼 양심을 찌른다. 저자는 혐오표현에 관한 토론회에서 재미있게 한 '결정장애'란 말이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 표현이란 것을 한 참석자의 지적으로 깨닫게 되었다고 이 책의 집필 계기를 밝혔다. "누군가를 정말 평등하게 대우하고 존중한다는 건 나의 무의식까지 훑어보는 작업을 거친 후에야 조금이나마 가능해질 것 같았다."(10쪽)
얼마 전 인권위가 '차별금지법' 입법 추진을 진행하고 있다는 뉴스를 봤다. 처음 입법 추진을 한 게 2007년이라니 이번에도 입법화가 될지는 미지수다. 소수자에게 혐오와 차별적 발언을 일삼는 다수의 반대자들을 보면 평등한 사회는 아직 멀다. 차별을 하지 않는다고 믿었던 나도 작은 차별은 무시하고, 다수에게 유리한 차별은 합리적이라고 여겼던 게 아닌가 싶다. 소수자의 차별을 직접 목격하고도 방관한 나를 반성한다. 종종 전동휠체어를 탄 장애인과 동행하여 지하철 엘리베이터를 탈 때면 이 사회의 차별과 불평등을 체감하곤 한다.
대구 지하철2호선 청라언덕역에서였다. '집에 있지 뭐 하러 나와서~, 바빠서 그러니 뒤에 타소'하고 지하철에서 내린 사람들이 휠체어를 앞질러 엘리베이터를 탔다. 우리 앞에 기다리고 있던 전동휠체어 장애인은 우리 앞 차에서 내렸다고 했다. 우리는 다음, 또 다음 엘리베이터를 하염없이 기다렸다. "소수자의 '말 걸기'에 다수자가 어떻게 화답하느냐에 상황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시위를 비난할 수도 있지만, 그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시위에 동참해 함께 변화를 요구할 수도 있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화답하겠는가?"(168쪽)
이 책은 주장하지 않고 평등한 세상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 지에 대해 논의해 보자고 한다. 행동하지 않는 선량한 마음만으로는 평등이 이뤄지지 않는 것이니 함께 만들어보자고 제안한다. 한마디로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책이다. 그렇지만 지적이고 재치 있는 토론식 서술이 흥미로워 끝까지 쉽게 읽힌다. 의견을 듣고, 질문에 답을 고민하다 보면 세상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커진다. 은밀하고 사소한 일상 중에 혹여 불평등에 동조하게 될까 스스로 경계하게 하게 된다. 평등한 세상의 꽃밭을 거닐고 싶으면 내가 먼저 꽃피어야지 않겠는가. 강여울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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