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사를 알면 세계사가 보인다."
세계의 역사가 곧 영국사라는 말처럼, 근대 이후부터 극히 최근까지 우리나라의 역사에 미친 영국의 영향을 부정하기란 불가능하다. 러시아와의 대게임(Great Game)이 거문도사건을 만들었고, 아편전쟁은 우리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약화시켰다.
영국은 유럽연합(EU)에 가입하기 위해 유난히 공을 들였다. 하지만 지난 1월 31일 유럽연합에서 돌연 탈퇴해버렸다. 3수 끝에 이룬 통합이었지만 소속감이 유달리 낮았고, 급기야 탈퇴의 길을 선택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른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였다.
역사적으로 영국은 유럽에 속하면서도 그 소속감은 낮았다. 유럽 역사와 끊임없이 관련해왔지만 정작 유럽과 선을 긋는 일이 많았다. 이처럼 영국인이 유럽과의 차별성을 유독 강조해온 이유와 배경은 뭘까?
영국은 왕조의 부침은 겪었을지언정 천년이 넘도록 타국에 점령당한 적이 없는 본토에 대한 역사적 자긍심이 남다르다. 전 세계를 아우르던 대영제국의 찬란함은 이들에게 민족이 아닌 국민이라는 정체성을 형성케 했다.
책은 카이사르의 브리튼 침공부터 브렉시트와 코로나19가 등장한 오늘날까지 영국 역사를 총체적으로 다룬다. 카이사르의 브리튼 섬 원정 이후 역사시대에 들어선 뒤부터 영국의 역사는 곧 유럽의 역사였고, 유럽이 지배하던 시절에는 유럽의 역사가 곧 세계의 역사였다.
이 책은 역사의 밝은 면과 함께 그 밝은 면이 만들어낸 어두운 부분 또한 동시에 조명하려 했다. 역사는 사람이 만들어가는 것이기에, 교과서식의 단순한 나열 대신 사람의 행위와 감정, 동기에 천착했다. 아서 왕의 전설은 그를 흠모하여 아들의 이름을 아서라 지은 헨리 7세의 이야기로 연결되고, 아서의 갑작스런 사망은 영국 국교회 분리의 발단으로 이어진다.
대구대 국제관계학과 교수인 저자는 이 기나긴 역사의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을 망라해 동시 조명해나간다.
저자는 "거의 700년 전 유럽 전역을 강타한 흑사병이 중세 봉건제 붕괴를 촉진한 한 원인이 되었듯이, 우리도 코로나19 이후의 세계에 대해 걱정 반, 기대 반을 한다. 세계가 고립된, 포퓰리스트적인 민족주의로 갈지, 아니면 열린, 인간의 얼굴을 한 세계화로 갈지, 우리의 정책적 선택과 의지에 크게 좌우될 것이다"고 말했다. 432쪽, 1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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